건설기능인력 고령화의 원인으로 저가수주경쟁으로 인한 공사비 부족, 삭감된 노무비 충당을 위한 저임금의 외국 인력으로의 대체, 건설공사의 다단계하도급 구조 등이 지목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형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남 양산을) 주관으로 8월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 고령자 취업실태와 정책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심규범 박사(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문위원)는 ‘건설현장의 고령자 취업실태와 정책과제‘ 발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심규범 위원은 “우리나라 건설산업 취업자는 2018년 기준 약 20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7.4%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일자리 산업이지만, 건설 근로자의 약 75%를 차지하는 건설기능인력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의 고령 근로자로 구성되며 건설산업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라고 분석했다. 농림어업을 제외하면 건설업은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60대 이상의 고령 근로자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률이 23.1%로 매우 저조하며 퇴직공제제도의 경우 가입률은 92.1%이지만 적용범위 제한과 낮은 공제부금 등으로 노후대책의 미흡함도 지적했다.

또한 고령 근로자의 사망만인율과 재해율 역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산재 위험에 무방비하다고 덧붙였다.

심 위원은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건설공사의 다단계하도급 구조, 저가수주경쟁으로 인한 공사비 부족, 삭감된 노무비 충당을 위한 저임금의 외국 인력으로의 대체, 고령화에 따른 산재위험 증가 등을 지적했다.

저가수주 경쟁으로 공사비가 부족해지고 이 때문에 삭감된 노무비 충당을 위해 저임금 외국 인력으로 대체되면서 신규 인력 유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정단가 보장과 연동된 적정임금제를 도입하여 내국인 우선 고용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숙련 고령자의 일자리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퇴직공제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정률제와 같은 연금방식으로 전환하여 노후대책을 내실화 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이와 함께 산재 위험이 높은 고령 근로자의 안전건강을 위해서는 현재 본인이 부담하는 건강검진 진단서 발급비와 기초안전교육비를 산업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나선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공사비 부족으로 내국인 일자리를 위협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임금은 전체 공사비의 약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재나 장비 등 70%를 차지하는 나머지 공사비도 적정하게 보장돼야 실질적인 적정임금제가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건영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기능등급에 부합되는 객관적인 숙련도 평가를 거쳐 검증된 근로자의 임금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적정임금제의 정의가 재정립돼야 한다”면서 “내국인력이 기피하는 공종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외국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석호 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적정임금제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더 절실하다”면서 “공공취업망을 마련하는 등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병태 건설일용노동자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불법 외국인을 정말 많이 본다. 불법 외국인이 사고를 당해도 현장은 아무런 조치없이 돌아간다”면서 “당장 불법외국인근로자 고용을 제한하면 임금단가는 오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건설사가 기술을 개발해 그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은 “적정임금제는 현재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토대로 연내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오는 10월 중에 인력양성과 일자리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건설일자리 대책을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