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20대 국회들어 건설 규제 입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건설현장에서의 체감은 미흡한 실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간 단순 양적 완화 중심의 건설규제 개혁정책에서 더 나은 규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상호)은 9월18일 서울시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건설산업 규제의 상호협력적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무분별한 건설 규제 양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전반적인 건설업 규제뿐만 아니라 안전관리 규제, 건설인력 규제 등 세부 분야 규제들의 실태를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첫번째 주제로 ‘최근 건설규제 강화 현황과 합리적 개선방안‘을 발표한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불공정행위 예방 및 안전 강화를 위한 ‘건설산업기본법,‘하도급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원도급자를 규제하는 건설규제가 폭발적 증가세라고 밝혔다.

구체적 수치로 올해 9월 기준 국토교통부 소관 규제 1천895개 중 건설사업자 및 건축주 등에 대한 직접적 건설규제만 342개에 달하고 있으며, 19대 국회에 비해 20대 국회의 건설규제 입법이 폭발적으로 증가(약 3.5배)하고 있음을 제시했다.

전 부연구위원은 최근 건설규제 강화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규제 강화를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 기조 △건설산업의 특성을 미고려한 규제 양산 △ 형식적 규제심사 체계 운영 △규제개혁위원회 관리 한계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과잉입법 △열거(Positive) 방식 규제 등을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건설업계의 규제개혁 체감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간 건설규제의 단순 양적 완화 중심의 정책에서 더 나은 규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개별 규제 개선에서 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덩어리 규제 개선으로 전환 △규제심사 실효성 제고 △무분별한 의원입법 방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규제 애로 해소 △중장기적 관점에서 규제 혁파 △규제 사후평가(일몰제) 강화 등을 제안했다.

전 부연구위원은 “정부와 산업 간 협력체계 구축 및 중·장기적 규제개혁 로드맵을 기반으로 규제개혁의 일관된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주제로 ‘안전관리 규제와 협력체계 구축방안‘을 발표한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원도급사 규제와 처벌 강화 위주의 건설산업 사고예방 대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계획 및 설계단계부터 주요 관계자의 역할과 책임 분담을 통한 협력적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산업 사고사망만인율이 타 산업 대비 3.2배, 영국 건설산업 대비 8.8배 높으며, 최근 건설업 사망만인율이 증가세에 있어 건설 안전부문의 성과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기준 건설산업 사고사망자 수는 506명으로 전체 산업의 52.5%를 차지했다. 공사 규모별로는 3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서 34.8%, 공사 종류별로는 건축공사에서 74.6%, 사고 형태별로는 떨어짐에 의한 사망자가 61.2%로 가장 많았다.

최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책임 강화를 강조하나, 영국의 경우 시공 이전 단계부터 발주자를 중심으로 주요 관계자들의 역할을 분담하는 ‘건설업 설계관리에 관한 제도(CDM 제도)’를 1994년부터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연구위원은 △시공 이전단계부터 주요 사업관계자들의 역할 및 책임 분담을 통해 협업을 유도 △산업재해발생률 산정 대상에 전문건설업체를 포함 △세부 업종별 산업재해 통계관리 체계를 마련 △안전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정부-기업-개인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만 건설현장 사고를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번째 주제로 ‘건설기능인 정책의 미래지향적 개선 방향‘을 발표한 나경연 건설산업연구권 연구위원은 건설 인력 수급 격차 해소를 위한 영국·캐나다·호주·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정책 전략과 종합적인 직업정보 제공 체계 등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규제 중심적·단기적 정책 방향과 크게 비교된다고 주장했다.

나 연구위원은 규제 및 단기 대응 위주의 기존 건설인력 정책에서 인센티브 중심 및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지향적인 건설인력 정책의 방향으로 △내국인 건설 인력을 육성하고 △기존 외국인 도입 정책을 보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며 △불법 외국인 고용 근절을 위한 관리는 충분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선진국 사례들처럼 상호협력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건설 기능인 육성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성 로드맵에서는 △중·장기적인 인력 수급계획 △ 건설기능인의 숙련도 향상 △ 직업 전망 제시를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 △통합적 직업 정보 제공체계 마련 등을 포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나선 김경준 대림산업 상무는 3년 누산으로 관리되고 있는 현행 하도급 벌점제도가 제재를 받고도 없어지지 많아서 사실상 3년간 반복해서 제재처분을 받는 셈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선진국에는 하도급법이 없고 공정거래법만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에서 건설하도급 관련 사항을 중복 규제하고 있다면서, 건설하도급 문제를 건설산업기본법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서는 “대폭 강화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는 계획이다. 시공계획 때부터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발주자ㆍ시공자ㆍ근로자 모두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철저히 체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산업주체 간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규제정책이 성공하려면 규제받는 집단의 협력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경준 변호사는 부처가 관리하기 쉬운 쪽으로 규제를 만드는 부처 중심의 규제를 비판했고, 같은 소속 정유철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에 따른 리스크를 전문가를 통해 사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인재 국토부 사무관은 규제를 폐지하는 것보다 더 나은 규제로 개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