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만2천가구에 이르는 주택공급 확충안을 내놨다. 그동안의 기조에서 벗어나 공급을 통해 시장의 안정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규제일변도 였던 재건축의 벽을 허문 것은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50층까지 층고 규제를 풀어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다채롭게 한 것도 의미가 있다.

주택 공급 방안이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일선 조합들의 반응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대로라면 조합들의 호응을 이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 정부가 재건축을 묶어온 것은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집 가진 사람들을 기득권층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재건축 허용 대신 공공이라는 전제를 붙였다.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면서 늘어난 물량은 기부채납을 통해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흡수하기로 한 것이다. 재건축은 풀되 이익은 공공에 환원한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대수익률 기준 90% 이상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수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터에 10%의 수익을 위해 재건축에 나설 조합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이는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날 서울시가 “공공 재건축에 민간이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발표한것만 봐도 알수 있다.

서울시는 “순수 주거용 아파트는 35층까지만 된다”며 ‘50층 허용 방안’에 반발했다가 다시 “정부와 이견이 없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정책 발표 직후부터 다시 삐거덕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재건축으로 예상한 5만가구 공급이 과대 포장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재건축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 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 공급을 막는 규제들을 없애 공공이 아닌 민간이 스스로 주택공급을 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서울지역의 재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이 아니고는 집을 지을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