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보다 8.5% 늘어난 555조8천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예산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돈을 써야 할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SOC예산을 역대 최대규모인 26조원으로 책정하면서 건설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당초 각 부처가 재정당국에 요구한 예산(24조4천억원)보다 6.6% 많은 것으로, 본예산 기준 종전 역대 최대치였던 2010년(25조1천억원)에 비해서도 4% 가까이 높다.

향후 국회 심의를 거치며 추가 증액될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SOC 예산은 ‘26조원+α’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례 없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SOC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만큼 건설산업이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SOC투자를 확대기조로 삼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SOC 투자만한게 없다는 사실을 정부도 인식한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맥을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그동안 SOC 스톡(총량)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SOC 투자를 외면했지만 경기 회복의 견인차로 SOC를 다시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는 지출확대에 따른 부족분을 89조7천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메운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크게 오른다. 이 비율은 2024년 60% 가까이 상승한다.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공기업 부채 등을 합친 실제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에 이미 임계점인 100%를 초과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부채 가이드라인마저 흐지부지된다면 재정 건전성은 더욱 빠른 속도로 훼손될 수 있다. 정부는 자칫 국가신용도 급락으로 국가부도 위기를 맞는 일이 없도록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지 않게 해야 한다.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부양 없이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이같은 지출확대도 좋지만 재정건전성 후퇴로 후세들에게 짐을 지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