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의주를 잇는 남북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총 30조원이 든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재영)은 10월22일 대한건설엔지니어링(대표 설영만)과 공동으로 수행한 ‘서울～신의주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의 필요성과 추진 과제’ 연구보고서를 통해 서울～평양～신의주를 연결하는 고속철도(총연장 450.5㎞, 복선 300㎞/h)와 고속도로(총연장 404.5㎞, 4차로 100㎞/h)를 건설하는 데 약 3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신의주 간 고속철도·도로 건설사업은 지난 2007년 10·4선언,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업이다.

지난 2018년 북측 구간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졌지만 현재 UN(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경제 제재로 인해 중단된 상태다.

건산연의 박용석 연구위원은 “서울~신의주 고속철도·도로 건설사업을 당장 추진할 수는 없다”면서도 “완전히 손 놓고 대북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이 사업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수행해야 할 사업타당성 분석과 설계를 지금부터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은 남북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남측구간과 북측구간으로 구분했다.

개성~문산~서울역을 연결하는 72.5㎞를 고속철도의 남측구간(1구간)으로, 개성~평양~신의주를 거쳐 중국 단둥의 중국 고속철도(TCR)과 연결되는 378㎞를 북측구간(2구간)으로 설정했다.

고속도로의 경우 서울~문산 고속도로와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24.5㎞를 남측구간(1구간)으로, 개성~해주~평양~신안주~신의주를 거쳐 중국 단둥(AH 1)과 연결되는 380㎞를 북측구간(2구간)으로 나눴다.

기존 서울~신의주 철도를 이용할 경우 총 484㎞ 거리를 이동하는 데 약 11시간 20분이 소요되지만,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거리는 33㎞, 이동시간은 9시간이 각각 단축될 것으로 건산연은 전망했다.

건산연은 서울~신의주 고속철도·도로 건설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타당성 분석은 일종의 연구·조사사업으로, 국제사회의 양해를 얻어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도 북측 구간 실태조사 때 각종 장비와 물품을 북한에 반입할 수 없었지만, 미국과 UN 안보리의 사전 승인을 거쳐 추진됐던 경험이 있다”며 “서울~신의주 고속철도·도로 건설을 위한 실측, 검사장비 등에 대한 반출에 관해서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으면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활용되는 민관협력사업(PPP)에 대한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PPP 방식 적용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신의주 고속철도·도로는 북한의 인구와 경제가 집중된 서부지역을 지나는 만큼 북한의 사회·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남북·동북아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건산연은 예측했다.

서울~신의주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서울 기준으로 중국 단동, 심양, 장춘, 대련 구간은 800㎞ 길이로 일일생활권에 들어오고 서울~베이징까지는 약 1천400㎞로, 시속 300㎞의 고속철도 운행 때는 5시간 정도 걸리게 된다.

한국과 중국이 육상으로 직접 연결될 경우 양국의 경제·사회·문화적 이익은 매우 클 것이라는 게 건산연의 분석이다.

또한, 서울~신의주 고속철도는 중국 철도(TCR)와 연결해 중국은 물론 동남·서남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이어지고, 고속도로(AH1)는 아시안 하이웨이(Asian Highway)와 연계할 수 있는 최적의 노선이라고 건산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