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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인가”
한창환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  |  cmkcap@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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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20  13: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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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인가”

   
 
                                                                                        한창환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

 

최근 국정과제로 채택된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 방안” 추진과 관련하여 논란과 갈등이 가중되고 있는데, 분리발주 제도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해도 없이 막연히 중소업체 보호를 위한 것으로 호도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건설산업은 수많은 요소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종합산업으로 각 구성요소간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사에 투입되는 자재, 장비, 인력 등의 조화는 물론, 각 공종간 또는 각 업종간 참여주체의 상호협력을 통한 조화로운 시공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우수한 시설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산업을 구성하는 각 요소간 참여주체들이 각각의 업역 이기주의에 편승하여 별도 업종을 새로이 만들거나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남발하고 있어 건설산업이 분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전기ㆍ정보통신공사의 분리발주의무제도는 규제개혁기획단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및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 등 범 정부 차원에서 규제개혁과제로 선정되어 지속적으로 제도폐지가 추진된 바 있고,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제화에 대해서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발주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분리발주의 문제점을 이유로 채택되지 않은 바 있다.

분리발주의 문제점으로는 우선 건설생산체계의 비효율성이 심화되어 불필요한 사업비 증가와 공기연장을 가져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되고, 공종별로 시공자가 다른 경우 시공자간 업체간 현장조직과 관리체계가 분리되어 효율적 연계 시공과 공종별 시공관리ㆍ조정이 곤란하여 시설물 품질 확보가 어려워지고 부실시공의 위험성이 증대된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도 1건의 공사를 여러건으로 분리하여 발주, 계약, 관리 및 유지할 경우 그에 따른 비용이 증가될 수 밖에 없음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건설업자와 분리발주 업종의 사업자를 각각 선정해야 되기 때문에 별도의 설계ㆍ입찰공고ㆍ계약서 작성 등 행정력 낭비가 심화된다.

이외에도 업체 간 현장조직과 관리체계가 분리되어 ‘종합적인 계획ㆍ관리 및 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시공업체간 동일구조물 공사에 대한 책임한계가 불분명하고 부실 및 사고발생시 책임소재 규명이 곤란하고 책임한계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상호 책임전가로 인한 하자보수 지연 등으로 일반국민의 손해가 가중된다.

여러 개의 공종이 복합되어 시공된 목적물에 하자발생시 시공주체가 여럿이라면 서로 책임을 전가할 것이 자명하고 결국 잘못도 없는 건축주가 이를 입증하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만 낭비될 것인 반면, 통합발주의 경우 시공자가 1인이라면 책임소재는 따질 필요 자체가 없는 것이다.

또한 각 업종별 분리발주 요구가 증폭되고 이에 따른 업역간 분쟁 등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국민대통합마저 저해하는 것이다.

특히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분리발주 법제화 추진의 주된 목적이 중소업체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것인데, 흔히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원도급을 받는 종합건설업체는 대기업, 하도급을 받는 전문건설업체는 중소기업이라는 공식인데, 종합건설업체의 99.1%가 중소업체(96%는 소기업)이고 대기업ㆍ중견기업 수는 종합이 433개, 전문이 635개로 오히려 전문건설업체가 많은 실정이므로 “종합=대기업, 전문=중소기업”의 시장구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종합건설업체의 99%가 중소업체인 현실을 고려해 볼 때 분리발주로 인해 혜택을 받는 것은 전문건설업체 중에서 대?중견업체들뿐일 것이고 결국 전문건설 대ㆍ중견업체 보호를 위해 종합건설 중소업체를 희생시키는 결과가 되어 중소업체 보호라는 당초 분리발주 법제화 취지에 역행하는 웃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마지막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체계상 종합건설업은 종합적인 계획ㆍ관리ㆍ조정하에 시설물을 시공하는 건설업이고 전문건설업은 시설물의 일부 또는 전문분야에 관한 공사를 시공하는 공사업인데, 전문건설업종 공사의 공종별 분리발주가 이루어지면 종합건설업체의 수주물량과 업무범위 축소 등으로 인해 현행 업역체계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건설산업 생산체계의 근간을 훼손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전문건설업이 기존에 향유하던 영업범위나 업역은 그대로 유지시킨 채 종합건설업의 영업범위나 업역만을 침해하여 이익을 얻겠다는 것으로 매우 위험하고 집단이기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통합 또는 분리 발주방식의 결정은 발주자의 자율적이며 고유한 권한이므로 발주자 스스로의 자율적인 판단에 기초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시장질서에 부합하고, 현행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8조에서 이미 분리발주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까지 완비되어 있으므로 발주기관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발주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건설업 생산체계상 하도급은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고 문제가 되는 저가하도급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분리발주 의무화와 같은 극단적 방식이 아니라 하도급자 보호를 위한 현행 하도급법 및 건산법상의 각종 제도의 실효성 확보 및 하도급 제도의 개선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고, 중소업체 보호 등을 이유로 모든 공종을 분리발주하여야 한다면 건설업 생산체계를 정면으로 부정하여 건설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고 이는 본말이 전도된 문제인식과 처방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선진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분리발주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있으며, 예산낭비 및 공기지연, 공사의 비효율 등의 부작용으로 오히려 통합발주 확대가 세계적인 추세에 있다.

일반적으로 북미에서는 분리발주의 의무화가 거의 없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우선 미국의 경우 일부 주정부에서 공종간 분리발주를 규정했으나 예산낭비 및 품질확보 효과없는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1990년대 이후부터 분리발주 예외조항이 확대되면서 현재는 분리발주 규정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고, 이와 관련하여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 연구결과에서도 분리발주를 할 경우 공사비는 6~8%, 공기는 2배나 증가되는 반면, 시공품질 향상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분리발주 의무화를 규정한 뉴욕주의 Wicks Law에 관한 여러 연구보고서에서는 분리발주의 의무화가 건설공사비의 20~30 %의 증가를 가져왔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설계시공 분리에 원도급자에게 일임하는 통합발주가 주를 이루어 오고 있으며, ‘공공공사의 입찰 및 계약 적정화 촉진에 관한 법률 및 지침’에서는 ‘설비공사 등에 관련된 분리발주를 적절하게 할 것’이라고 하여 분리발주를 권고하고 있으나 의무규정으로 볼 수는 없으며, 독일도 분할발주 규정은 있지만 의무규정은 아니고, “공공공사 발주에 관한 일반규정(VOB-A)"에서는 통합발주, 분할발주, 분리발주의 3가지 발주원칙을 적용토록 하고 있으며, 영국도 전통적으로 통합발주 위주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선진국들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분리발주가 아닌 통합발주를 채택하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 정부는 분리발주로 인한 폐해와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면한 채 오히려 법제화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분리발주 법제화 추진 방안은 특정 업역과 부처이기주의에 의해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경쟁력과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희생시키는 소모적 결과를 가져올 뿐 국민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마땅히 제고되어야 하며, 발주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어떠한 측면에서도 전혀 설득력이 없고 문제해결을 위한 명확한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분리발주 법제화를 고집한다면 이는 합리성이 결여된 집단이기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

어떻게 특정업자의 이익을 위해 건축물 전체의 효율성과 안전성, 품질을 뒤로 하고, 소비자인 발주자의 의사결정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경제법안은 산업의 종합적 발전을 위해 업역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산업간의 유기적 연관성을 고려하여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하며 적용대상인 시장참여자와의 합의도출이 매우 중요함에도 특정 업계만의 이익을 위하여 분리발주를 법제화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분리발주 법제화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여 포퓰리즘 차원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건설산업과 국민경제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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