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2월4일 발표된 공급 방안은 83만 6천가구의 규모가 보여주듯 ‘역대급’이다.

특히 서울에 2025년까지 분당 신도시 3개 규모인 32만 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은 물량으로는 시장의 안정을 기대해도 좋을 수준이다. 시장 불안 해소의 키를 공급에서 찾으려는 의지는 충분히 인정할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공급 방안 역시 정부 주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대책의 명칭부터 ‘공공 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이라고 이름붙였다.

실제로 2·4 공급 대책의 구석구석에는 공공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정부는 전체 물량 중 57만여 가구를 도심에서 확보하겠다며 용적률 상향 등으로 늘어난 양을 공공 임대가 아닌 공공 분양 방식으로 전환해 수요 유인 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의 뉴타운 개발을 공공 방식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문제는 실효성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83만가구는 연간 전국 주택 공급량의 두 배에 이르고, 서울에 공급될 32만가구는 서울시 전체 주택 재고량의 10%에 달한다“며 “공급 쇼크 수준“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기존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추진 중인 수도권 127만가구에 이번 공급대책을 합하면 200만가구를 넘는다“며 “역대 정부 최대의 공급대책“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동안 수요 억제 일변도 정책에서 공급 확대 쪽으로 물꼬를 텄다는 건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목표대로 주택 공급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같은 공공기관들이 재개발·재건축 단지나 역세권 개발 예정지 내 땅과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분양 또는 임대아파트를 지어 민간에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용적률·층고 상향, 주민동의율 하향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부여하기로 했다.

관건은 강남 재건축 등 소위 돈 될 만한 개발 후보지에서 민간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다.

지금처럼 공공주도가 아닌 민간이 참여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공급계획은 2025년까지 집 지을 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아파트 분양까지는 5~10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새 주택을 공급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주택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간이 참여하지 못하는 정책은 반쪽 대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