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대략적인 혁신안이 제시됐다. 지난 3월 초 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두 달 반 만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개선안은 LH 조직·기능에 대한 국민 눈높이 수준의 혁신, 투기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 엄격한 경영평가 시행과 지난해 평가 결과 조정 등을 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정부안을 확정해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내달 중 혁신안을 최종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혁신안은 구체적 내용이 없는데다 곁가지만 건드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병의 원인을 고치는 근본처방이 아니라, 상처난 곳에 살짝 약만 바르고 마는 전형적인 대증(對症)처방이다.

당초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부총리는 “해체 수준의 혁신안이 나올 것, 범정부적으로 ‘투기 전수조사’ 를 벌이겠다“며 요란을 떨었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미봉책에 가깝디.

LH사태는 택지개발, 주택공급 권한을 정부에서 과도하게 위임받아 수행해온 LH의 권한이 비정상적으로 커졌고, 내부에 집중된 정보를 일부 임직원들이 개인 잇속 챙기기에 이용하면서 발생했다.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개발 권한을 민간이나 여타 공공기관으로 분산해 LH가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축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지만 이번에도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맹탕 혁신안이 나온 데에는 ‘공공주도 주택공급’ 정책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공 재건축·재개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은 대부분 LH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주도 공급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투기 근절과  LH의 독점적 지위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LH 혁신안이 신뢰를 받을수 있다.

이런 태산명동서일필격(泰山鳴動鼠一匹格)인 임시변통적 LH 혁신안으로는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얻기 힘들다. 

*태산명동서일필격(泰山鳴動鼠一匹格) : 태산이 울릴듯 요란했지만 막상 쥐한마리 잡은 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