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수요자들을 위한 전세대출을 총량규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실수요자보호를 위해 전세나 집단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강력하게 관리해왔다. 이렇다보니 은행들은 가계 대출을 중단했다. 대출 제한 탓에 전세 계약을 파기하거나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같은 사태는 대출 규제가 불러올 파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은행들로 하여금 대출을 옥죄게 만든 정부 잘못이 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 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지침에다 고 위원장이 전세대출 규제완화를 표방하면서 그동안 막혀있던 전세대출 실수요자들에게는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전세대출이 총량규제에서 제외되면 연말까지 대출 여력이 8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조치로 가계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증가액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전세대출을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은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가계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 이후 9월 기준으로는 역대 두번째로 많다.

총 가계부채는 1천800조원을 웃돈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부채대책을 여러차례 내놨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조삼모사식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한데는 그간 저금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출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불어나는 가계부채는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수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관리를 엄격히 한 것도 다 이런 연유에서다. 방심하면 우리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전세대출 규제완화가 가계부채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