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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의 한
윤기평  |  cmkcap@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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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03  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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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출신의 대학 후배중에 낚시광이 있다. 그는 직장의 낚시 동호회에 가입하여서울 인근의 낚시터를 순례하며 한시절을 보낸 적이 있는데 최근에 직장생활 은퇴를 계기로 다시 낚시에 몰입하여 입신의 경지에 들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나는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었으므로 그에게 전화를 했다. “아우님, 나 독하게 낚시 한번 데려가줘 내가 맺힌 게 있어서 그래!”

20여년전 나도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줄기차게 낚시터를 드나든 시절이 있었다. 수원 가까이에 있는 발안저수지로 생애 첫 출조를 갔던 날 비록 손바닥만한 붕어 두 마리의 실적이었지만, 그날 밤 눈만 감으면 환영처럼 빨갛고 노란색의 찌가 수면위에서 수직운동을 하는 모습이 어른거려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느 해 5월초 였던가? 산란기에 어리버리해진 붕어를 40마리 정도 낚아와서 저녁내내 마누라 앞에서 큰 소리 빵빵 터뜨리던 감격의 승전고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나의 영원한 전설이다.

그러나 어찌된 조화인지 나의 낚시운은 그 것으로 그만 이었다. 잔뜩 기대를 안고 낚시가방 둘러메고 나가면 뭐하나, 매양 ‘꽝’을 치고 빈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꿰죄죄한 꼬락서니가 거듭될 수록 나의 전설은 점점 고양이 오줌처럼 초라해지는 것이었다. 그런 쪽팔림의 세월은 장장 7년여 계속되었고 끝내는 아내의 송곳같은 비아냥이 이렇게 뺨을 치는 것이었다. “당신 낚시 때려치워요. 하루 종일 물가에 꼼짝않고 쭈구러져서 애꿎은 담배만 한 갑 피우고 오면, 돈 버려 몸 버려 시간 버려...그거 못할 짓이네요” 이렇게 해서 나의 낚시장비들은 창고에 깊숙이 버려진 채 십수년이 흘러갔다. 그러나 내 가슴 깊숙이에는 옹이가 되어 박힌 한 마디가 있었다. “아아, 언젠가는 이 수모를 깨끗하게 씻으리라.”

후배가 일요일 새벽 다섯시에 전화를 했다. “형님, 일어 나셨지예, 10분만 있으면 아파트정문에 도착입니다. 춥지 않게 단단히 입고 몸만 내려 오이소. 준비는 죄다 돼 있으니까예..” “알았어, 곧 내려갈께” 나는 사실 지난밤에 깊게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 4시부터는 아예 출조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채비를 손질하던 터였다. 이번에도 기어이 창고에 팽개쳐 두었던 낡은 낚시장비로만 승부할 심산이다. 마치 서부영화에서 기병대출신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옛날의 낡은 군복과 장총을 다시 꺼내듯이...

남양주시 마석인근의 어느 유료낚시터. “고기들아, 오늘 한번만 내 체면을 생각해 준다면 앞으로는 너희들을 괴롭히지 않으마..” 30분만 이었다. “어! 어! 뜨..뜰채!” 워카 밑창만한 넓적한 향어가 누우런 옆구리를 번뜩이며 나의 품에 안겨왔다. 나는 촐랑거리며 즉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신이 이 순간에 여기 있었어야 하는 건데, 아유! 완전히 아들놈 워카만한 놈이다!"

다시 한 시간 후. 이~이~잉어였다. “여보야! 잉어다 잉어! 당신 붓츠만하다니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아내에게 때리는 휴대폰 중계는 그 후에도 몇 번이고 계속되었는데, 아내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당신 뻥치는 거 같애. 고기들이 약먹은 거 아냐?” 그러나 아무리 낚싯꾼의 뻥이 사전에도 나오는 말이라지만 이건 정말인 걸 어찌 하겠누!

결정적인 사건은 아침 10시경이었다. “마누라야, 사건이다. 햐~햐~향언데 당신 허벅다리 만하다...” 어느새 나는 소리높혀 또 핸드폰 중계질을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물속에서 애가 딸려 나오는 줄 알았다. 어림잡아도 길이는 70센티에 옆구리 폭이 20센티는 될만한 거물이었다.

그날 저녁 아이스 박스를 둘러메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서있는 동안 어깨가 묵직하였다. 그리고 현관문을 들어설 때 이미 나의 목에는 철근콘크리트같이 힘이 들어가 있었다. “으와, 이놈 되게 크다. 아버지 오늘 스트레스 확 풀리셨겠어요..” “이야, 당신 오늘 일냈구랴?” 가족들의 추임새를 뒤로 한 채,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내 방으로 건너왔다. 그리고는 십 수년간 가슴 한구석에 맺혀있던 묵은 한을 길게 내어 뿜었다. “고기들아,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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