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의 후속 대책으로 건설안전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모든 공사 주체들에게 안전 책무를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은 지난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됐다. 법안은 지난해 발의가 이뤄졌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이 법안이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발생한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라고 볼수 있다. 

노형욱 국토부장관도 최근 개최된 건설안전관계기관 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산재사고가 많은 건설 현장이 주 타깃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이상이 건설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만을 콕 집어 또 다시 특별법까지 만들어 처리하려는 것은 명백한 과잉 규제다.

물론 건설현장의 산재사고를 줄이자는 취지는 나무랄데 없이 좋다. 문제는 이 법안의 상당수 내용이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과 겹친다는 점이다. 이러니 이중, 삼중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작년 1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 사망 때 책임자를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게 골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매기고 민사상 손해액의 최대 5배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게 핵심이다. 

더욱이 특별법엔 기존 재해 관련 법률과도 중복되는 조항이 수두룩하다. 건설공사에 대한 안전관리의무, 안전관리계획 등에 대한 규정이 여러 법에 겹쳐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혼돈 상태다. 시범케이스 1호 처벌을 면하려고 일정기간 작업을 중단하는 기업마저 나오는 지경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또 다른 법을 만들어 건설업을 위축시키는 것은 우리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재를 줄이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산재사고 감축은 새로운 법만 양산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건 입법만능주의다. 법을 자꾸 만들기보다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감독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