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형종 조달청장

“ 건설산업의 상생발전과 경쟁력 제고에 최선 다할 터 ”

새 정부 첫 조달청장에 민형종 차장이 내부에서 승진 발탁됐다. 민 청장은 지난 3월 취임 이래 각 지역을 순회하며 전문건설업계, 종합건설업계 등과 연이어 간담회를 가졌다. 이와 함께 비철기업ㆍ외국 물품 수입ㆍ공급 업체ㆍ외국산물품 구매기관ㆍ여성기업인 대표ㆍ주한 대사관 상무관 등과도 간담회를 갖고 업계 실태 파악과 의견수렴에 바쁜 일정을 보냈다. 민 청장을 만나 광범위한 의견수렴 결과 구상된, 앞으로 추진해 나갈 조달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註>

- 늦었지만 조달청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오랜만에 조달청 출신 청장 탄생이어서 조달청 안팎에서 기대가 큽니다. 먼저 취임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 개인적으로는 무척 기쁘지만 희망의 새 시대를 맞아 조달청의 새로운 역할과 각오가 요구되는 시점에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러나 32년의 조달행정 경험, 그리고 조달청 가족들과 다져진 팀워크를 토대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나간다면 잘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달청을 이끌어나가시는데 중점을 두고 계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우리 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다행히 최근 미국, 중국 등의 경기가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도 다소 호전되고 있습니다.
우선 정부 구매력을 활용해서 고용과 성장 촉진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생각입니다. 고용친화적인 서비스ㆍIT산업과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며, 벤처ㆍ창업기업을 지원해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원칙이 바로 선 조달행정,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통해 부당한 거래관행이나 갑ㆍ을 관계를 청산하고 공공 조달시장부터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산업 전체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공공조달을 통한 양극화 해소 방안은 무엇입니까.

△ 양극화 해소는 여성기업ㆍ사회적기업ㆍ소기업 등 약자기업에 대한 공공판로를 지원하는 것과 중소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대별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약자기업에 대한 공공판로 지원은 중소건설업체 수주영역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수의계약 범위 확대ㆍ가점 부여를 통해 여성기업과 사회적기업을 우대할 예정입니다.
또한,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우수조달물품 지정 효력을 일정기간 유지하고, 비축물자 우선방출 및 외상방출 혜택도 존속시키면서 해외진출 유망기업으로 선정하여 지원하는 등 정책적 배려를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 분리발주와 주계약자관리방식 공동계약의 활성화는 대ㆍ중ㆍ소 건설기업간, 또는 원도급과 하도급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입니다. 법률적으로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것도 걸림돌입니다. 조달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분리발주의 확대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에서 검토 중에 있는데 법률 개정이 선행되어야 시행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주계약자관리방식 공동도급제도는 2009년 도입하여 100억 미만 중소형 공사에 활성화 되었지만, 대형공사는 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근래 2건을 시범적으로 적용했고, 그 중 1건은 우리 청이 직접 공사현장까지 관리하는 맞춤형 서비스 공사입니다. 향후에는 책임 불분명, 조정관리비용 등 그 간 지적된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시행지침을 마련하여 연도별로 적용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 그밖에도 공공건설에서의 상생기반 마련책으로 하도급업체 보호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건설생산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공공건설에서 상생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도급 대금 체불, 지급지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정부계약 하도급 전자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하도급계약 체결부터 대금지급, 실적증명서 발급까지 전자적으로 처리하고,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비율’을 20%에서 30%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표준하도급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업체는 PQㆍ적격심사 평가에 감점을 통해 불이익이 가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하도급 건설근로자나 자재ㆍ장비 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하도급자가 건설근로자 등에게 1회 이상 대금 지급을 체불’할 경우 원도급자가 하도급 근로자나 자재ㆍ장비 업자에게 직접 지불토록 하는 계약조건을 신설할 것입니다.
 

 - 작년 조달청은 입찰참가업체들의 유사담합과 허위서류, 내역서 바꿔치기 등 이어진 부정입찰로 홍역을 겪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떤 대책을 갖고 계신지요.

△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은 올해 조달청의 중요한 정책과제입니다.
허위서류, 내역서 바꿔치기 등 부정입찰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정입찰조사TF팀”을 운영해서 공사실적증명서 등의 허위서류 제출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5~10% 정도의 표본을 수시로 점검하는 등 공정경쟁 원칙을 지켜나갈 예정입니다. 또, 입찰담합 등에 대한 고발요청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ㆍ인력 등 시스템 마련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입찰과정의 외부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경실련, 녹색연합 등 단체가 심사과정에 참여하도록 했고, 지난 5월13일부터는 턴키, 최저가, 기술용역 심의장에 중계기와 CCTV를 설치해서 심의장 밖에서 심의회 장면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 조달청은 지난 5월13일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개설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국토부 등의 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 등과 기능이 유사한 것 아닌가요.

△ 불공정한 하도급거래와 관련된 사항은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발주기관이 파악하기 쉽습니다. 또,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최대 발주기관인 우리 청이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개설함으로써 큰 반향을 얻고 있다고 봅니다. 그간 계약체결 이후에 이루어지는 부당하도급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올 5월부터 우리 청이 계약한 모든 공사에 대해 불공정거래신고를 할 수 있도록 입찰공고, 계약조건에 반영하는 등 신고센터 운영을 확대하고 있고, 신고센터에서는 원ㆍ하도급 관계 뿐 아니라 하도급자와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임대업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금 체불, 지급지연 등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하고, 나아가 수요기관과 원도급자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의 근절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수요기관의 불공정신고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조사해서 부당요구가 확인될 경우 수요기관이 시정 조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원칙이 바로선 조달시장’을 확립해 나아가겠습니다.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사발주제도 개선방안도 나왔죠?

△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가격보다 기술과 품질을 중시하는 낙찰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자체적으로도 합리적인 기술제안 평가방법을 마련하거나 전문분야 실적 보유자를 우대해서 건설업체 전문화를 유도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통해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 청장님은 취임사에서 “효율적이고 투명한 조달사업을 통한 복지지출재원마련 및 재정건전성 기여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사비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그 말뜻은 우리청이 가장 전문성을 갖고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 즉, 공통 수요 물품의 통합구매 확대, 가격관리 및 설계검토의 강화, 구매계약기법의 개발과 선진화 등에 조달청 공무원들이 전문성과 역량을 십분 발휘해서 알뜰한 나라살림에 기여해 달라는 의미입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항간에 조달청이 공사비를 일방적으로 삭감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공사비 산정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전체 공사비 구성비 중 법정비용(보험, 부가세 등 28.8%)과 실적공사비(국토부 23.4%), 노임(대한건설협회 11%) 등을 제외하면 조달청이 조정가능한 부분은 일반자재 등 16.6%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민ㆍ관 자재가격 심의회 의결을 거쳐 인터넷에 공개하여 피드백(Feed-back)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조달청이 10% 가까이 공사비를 삭감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당초 설계금액과 조달청이 조정한 금액을 비교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조달청이 일방적으로 공사비를 삭감한다는 오해가 불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마지막으로 건설산업계에 하고 싶은 말씀은?

△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4.1 부동산 대책 등으로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해외건설수주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고, 또 성과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의 건설산업 분야는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건설투자 규모의 전반적인 축소로 조달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우리 청은 기술과 품질을 중심으로 조달행정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이며, 건설산업계 역시 혁신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각 자가 맡은 영역에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기술, 전문 인력에 투자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조달행정 혁신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조달공무원에게 있어선 전문성, 청렴, 친절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달청은 수요기관과 거래기업 중심의 조달서비스 혁신을 통해서 국가경제에 있어서의 중추적인 기관, 세계최고의 조달서비스 전문기관으로 도약해 가겠습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건설인 여러분들의 무궁한 건승을 기원합니다.

민형종 조달청장은 58년 전남 영암생(55세)으로 학력은 광주제일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미국 일리노이대학원 경제학석사, 충남대학교 경영학박사이고, 행시 24회다. 조달청차장, 기획조정관, 구매사업국장, 전자조달국장, 서울지방조달청장, 시설국장, 부산지방조달청장 등을 지냈으며, 2000년 홍조근정 훈장, 1993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바 있다. 가족사항은 오준숙 여사(52)와의 사이에 2남.

                                                                                         <인터뷰 = 최무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