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신문
오피니언윤기평칼럼
비문증(飛蚊症)
윤기평  |  cmkcap@cho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06.17  17:40:5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안경을 아무리 닦아도 왼쪽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거뭇거뭇한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속눈썹에 무엇이 묻었나 싶어 눈을 비벼 봐도 날 파리 같은 그 무언가는 여전히 눈앞을 어른거린다. “눈에 고장이 났구나! 혹시 백내장 같은 게 왔나?” 은근히 겁을 먹고는 인터넷 검색창에 ‘눈앞에 날 파리’라고 쳐 넣으니 무수한 글들이 쏟아진다. ‘비문증(飛蚊症)’ 글자 그대로 모기 같은 벌레가 날아다니는 증상이란다.

동네 안과의원에 들러 각종 검사를 받았다.
“시력도 정상이구요. 안압도 괜찮아요. 별 이상이 없으십니다”
“백내장이나 녹내장 같은 건 아니지요? ”
“아, 네. 그런 징후는 없습니다. 일종의 노화현상일 뿐입니다”
“약물치료나 레이저시술 같은 방법으로 제거할 수는 없을까요?”
“연세가 드시면 생기는 주름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익숙해지면 큰 불편은 없을 테니. 거기에 자꾸 신경쓰지 마시고 그냥 생활 하세요”
“그럼 더 이상 병원에 오지 말아요? ”
“네, 오실 필요 없습니다.”

퇴학이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입사시험에 떨어져도 이런 기분일까? 하기야 60년을 써온 부품이니 퇴색되거나 성능이 떨어질 만도 하겠지만, 그래도 젊은 의사가 굳이 늙은 걸 자인하고 그냥 물러가라고 하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 내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원래의 색깔대로 보이지 않는다. 순백의 꽃잎도 잡티가 묻어 보이고 아무것 없는 허공에도 언제나 날 파리가 떠다닌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비문증이라는 것을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안구내부의 끈적하고 투명한 유리체에 부유물이 생겨 그 혼탁해진 그림자가 망막에 비쳐서 생기는 현상. 보통 노화에 의해 자연스레 유발됨” 이제 더 이상 알아볼 것도 없을 듯하다. 의사의 충고대로 그러려니 하고는 신경을 쓰지 말아야겠다. 세상에 영원히 고정된 실체가 어디 있으며 실재하는 것이라도 제 모습대로 인식되는 것이 어디 있는가. 어차피 제 모습대로 보이지 않을 거라면 잡티가 좀 묻어 보인들 무엇이 문제랴.

그러나 나는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 내 눈을 옛날보다는 훨씬 믿지 않기로 하였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않는 진실과 거짓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지혜를 터득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것의 고귀함과 초라해 보이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노후를 살아가야겠다.
비문(飛蚊)에도 흐려지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과 우정과 연민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아름다움을 언젠가는 가야할 죽음의 오솔길에 꽃처럼 뿌릴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 저작권자 © 건설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윤기평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기사
1
건설근로자 전자카드 발급·사용 의무화
2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형 주택 집중 공급
3
신축 공동주택 에너지성능기준 강화
4
타워크레인 부실검사 적발 7곳 업무정지
5
국토부, 부적격 건설업체 68곳 적발
6
또 다시 선거 희생양 된 국책사업
7
국토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일문일답
8
현대건설, DJSI 건설·엔지니어링 부문 세계 1위
9
중기 기술탈취 근절 ‘상생협력법’ 국무회의 의결
10
부모와 떨어져 거주하는 20대 미혼청년도 주거급여 받는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40-827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 3번지 연합빌딩   |  대표전화 : 02-778-7364  |  팩스 : 0505-115-8095
등록번호 : 서울다06467 | 법인명 : (주)글로벌건설산업신문 | 발행인 : 최무근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최무근
Copyright 2011 건설산업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