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

최근에 대법원은 정부의 입찰에 참가하는 자격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처분에 대하여는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인 국민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의 판례(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등 참조)를 재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두43491 판결)

이 사건에서 공기업은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계약조건으로 ‘진단자격을 취득한 중급이상 기술자 2인 이상을 상시 보유할 것’(이하 ‘진단인력 조건’이라 합니다)을 기재하고, 계약서에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의 주요조건’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기재하였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에서는 그 위반 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주요조건’이 무엇인지 따로 정하거나 진단인력 조건이 그 주요조건에 해당한다고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에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입찰참가 회사가 진단인력 조건을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이상, 해당 입찰참가 회사에 대하여 진단인력 조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규정에 근거하여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는 있느냐 하는 것이 쟁점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공기업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의 근거 규정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제39조와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2021. 1. 5. 법률 제178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입니다.

그리고 국가계약법 시행령」(2021. 7. 6. 대통령령 제31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의 상대방으로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의 주요조건(입찰공고와 계약서에 이행을 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한 경우에 한정한다)을 위반한 자“를 들고 있습니다.

공기업이 입찰을 거쳐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에 대해 이 사건 규정에 따라 계약조건 위반을 이유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인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이기 때문에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미리 계약조건과 그 계약조건을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명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계약상대방이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계약조건을 위반한 경우에도 공기업이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미리 그 계약조건을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될 수 있음을 명시해 두지 않았다면, 이 사건 규정을 근거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위 대법원 판례는 판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건설회사가 국가계약법 제27조에 의하여 부정당업자 입찰자격제한제재를 받은 경우에는 과연 그러한 부정당업자 제재의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하고 또한 그 법정 요건의 해석에 있어서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여 억울하게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만약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하다면 일단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취소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제재처분 효력의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하여야 할 것입니다. 통상 법원은 제재처분취소에 대한 본안판결이 선고되기까지는 일단 제재처분 효력을 정지시키는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행정소송 제기의 실익은 적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이성환 법무법인 안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