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가슴속같은 시골의 밤
창밖의 논바닥에는 밤새도록 별이 쏟아지는 듯
개구리 울음소리가 분주하고
라디오에서는 스므살쩍 노래들이 속삭이듯 흘러나온다

어제는 습기를 잔뜩 머금은 예빈산을 누비고 다녔다
산아래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고는
초저녁에 취한채로 집에 들어와 잠이 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심심했을 아내도 강아지를 품에 안고
옆에서 자고 있다

도둑처럼 일어나서 찬물로 세수를 했다
더 이상 잠자기는 영 글러버린 밤이다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밤기운이 가득히 들어온다
촛불을 켰다
행복한 어둠이다

후훗, 재수할 때 기분이 나네!
거울을 보니
59세의 중늙이가 안경을 쓰고 촌스럽게 서있다
“너 잘 살고있니?”
눈을 크게도 떠보고 코도 씰룩거려 본다
역시 멋이 없어

에이, 눈감고 앉아서 명상이나 하자
꼼지락 거리는 5월의 새벽 네시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혼자 있는 지금이 참 좋다
이 밤이 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