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발생 가능성이 큰 공사·용역 관련 법인이나 기술자에게 부과하는 벌점을 누계 합산으로 산정하면 선분양 제한을 받는 기업이 약 68% 증가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1월 10일 벌점으로 인한 선분양 제한의 합리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건산연은 건설기술진흥법 상의 벌점제도를 기존 누계 평균방식에서 합산방식으로 변경 시 선분양 제한을 받는 기업이 약 68% 가량 늘어나 주택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9월 건설기술진흥법 상의 벌점제도 산정방식을 누계 평균에서 누계 합산으로 변경하는 개정작업을 추진해 변경된 산정방식은 내년 1월 1일부로 적용될 예정이다.

건설기술진흥법상의 벌점제도는 지난 1995년 1월 도입됐다. 벌점에 따라 공공공사 입찰참가 제한 등 불이익을 줘 부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부실 공사 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벌점제도에 의한 선분양 제한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포함돼 있으며 부과된 벌점(총 4개 구간)에 따라 선분양 시기가 제한된다.

하지만 단순 합산방식으로 벌점 산정을 변경하는 것은 건설현장이 많을수록 벌점이 그대로 누적 합산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장이 많은 대형 및 중견 건설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형평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1개 현장을 운영하는 업체의 부실과 100개 현장을 운영하는 업체의 1개 현장의 부실에 대해 동일한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산연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의 벌점조회시스템을 활용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부과된 벌점을 기준으로 누계 평균방식과 누계 합산방식의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선분양 제한 대상 기업은 현행 기준으로 158개사에서 265개사로 증가하며 누계 평균방식 대비 107개사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587개사 중 45%의 비중을 차지한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상위 100위 이내로 한정할 경우 현행 누계 평균방식일 때는 제재 대상이 2개사였으나 누계 합산방식으로 변경될 시 40개사로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산연의 김영덕 선임연구위원은 “공개 벌점 추산 시 벌점 산정방식 변경으로 인한 선분양 제한 제재 대상 기업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또한 “변경된 방식은 벌점 제도 운영목적에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제재로 인한 건설업계의 성장 저하, 주택공급 차질로 인한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의 어려움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산연은 벌점제도의 운용 취지를 고려해 주택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완화와 벌점에 의한 선분양 제한의 근본적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경감기준에 대한 충분한 대응시간 확보를 위해 일정 기간(1년 혹은 2년) 유예하거나 건설기업의 벌점 축소 노력을 장려하기 위한 경감기준 확대 및 신설을 제시했다.

또 선분양 제한 대상 기업의 증가 완화를 위한 벌점 기준을 상향하고 선분양 제한의 벌점제도 불이익 제외 혹은 기존 누계 평균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선분양 제한 불이익은 주택건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과받은 벌점만을 기준으로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시장에 미치는 과도한 부정적인 영향과 벌점제도의 운영 목적을 감안할 때, 벌점에 의한 선분양 제한은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