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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을 떠나며
윤기평  |  cmkcap@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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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8  11: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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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세상일은 한치 앞도 모르게 변해간다. 1년 반 전에 예상치도 않은 이삿수가 생겨서 물맑은 양평으로 떠내려와 살게될 때 만해도, 이게 적어도 3년은 가겠거니 하고는 웬만한 불편은 감수하고 지내왔다.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은 채 꿈적도 않으니 집이 팔리거나 제 값으로 전세를 주고 나간다는 것은 요원한 일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어느 회사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직원 임시숙소를 구하던 차에 우리집을 세들어 오기로 했으니 빨리 이사갈 보따리를 싸라고 마누라가 성화다. 이렇게 해서 기약없던 양평시대는 졸지에 막을 내리게 되고 일주일 후면 또 아내의 손에 이끌려 구리역 근처의 아파트로 옮겨 살게 되었다.

양평으로 이사오던 즈음 공교롭게도 나는 마지막 직장생활을 마감하였었다. 은퇴후의 낙향인양 우아한 마음으로 일상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그 타이밍의 절묘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독서와 서예공부를 심화하고 해금연주에도 박차를 가했다. 승패를 다투지 아니하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며 오로지 自得의 妙에 즐거워했던 외곽도시의 생활도 이제는 한 줄기 바람인양 지나가고 있다.

아내는 이 시절 동네 산책길에서 넘어져 무릎뼈가 깨지는 고생을 했다. 그러나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는 애기가 되어버린 아내를 돌보아야 했던 두 달 동안이 내게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멀리서 찾아와 준 친구들과 함께 거닐던 남한강변의 산책길과 그 날 밤의 소나무펜션 그리고 천서리 메밀국수집, 여름밤 아내와 손잡고 거닐던 시골마을의 골목길, 외로울 때면 혼자 드나들던 읍내의 얼음골 막걸리집, 언제나 일요일 스케쥴의 마무리를 장식했던 강변의 찜질방, 담벼락의 돌멩이 만큼이나 알알이 박힌 추억들이 아쉬운 이별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백운봉아 잘 있거라. 남한강도 잘 있거라. 충청도에서 인천으로, 광명시로, 서울로, 일산으로, 또다시 서울로, 덕소로, 양평으로, 이제 구리로..이렇게 미친년 비맞고 쏘다니듯 헤메는 내 삶이 언제에야 고단한 여정을 마무리 하려나. 마지막 여인처럼 내가 껴안고 죽을 인연의 땅은 어디일까. 졸립게 내리는 햇살을 가르고 휘이잉 봄바람이 제멋에 분다. 먼 산의 희미한 나무사이로 세월을 등에 업고 고개를 넘는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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