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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의 권력
윤기평  |  cmkcap@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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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8  22: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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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유목사회가 도래하고 사회가 모계중심으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는 요즈음 가정의 대소사는 물론 가족의 대외활동까지도 리모콘하는 막강 장모의 기세에 대한이야기들이 농반진반으로 회자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권이 강할수록 시어머니의 힘이 강해지고 여권이 신장된 사회일수록 장모의 힘이 커진다더라는 자못 사회과학적인 이야기 하며, 미국에서는 혼인한 사람의 반이 이혼을 하고 그 이혼의 절반은 장모가 주도해서 이루어진다더라 하는 시사잡지의 기사, 게다가 에덴동산에서 아담이 900살이 넘도록 장수한 것은 장모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유대인의 농담까지 동원되면서 세상의 장모들이 휘두르는 저항할 수 없는 권력에 대한 사위들의 불편한 심사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그 막강 장모들이 한편으로는 낡아빠진 가죽가방처럼 힘없는 시어머니가 되어 때때로 치미는 울화병에 잠못이루는 고민이 있다는 사실이다. 상전이나 다름없는 며느리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야 하는 세태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금지옥엽으로 키운 내 아들이 사돈댁의 충성스런 머슴처럼 살아가는 꼬락서니는 차마 눈뜨고 못보겠다는 푸념이다. 그녀의 아들도 꼼짝없이 사둔댁의 막강 장모에게 볼모가 되어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그녀가 자신의 사위에게 그렇게 했듯이 말이다. 그래서 세상의 어머니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들은 장가가면 사돈이야!”

세상의 장모들이 이처럼 아들을 내어주고 사위를 잡아두는 이상한 맞교환 현상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 모계사회에서는 여자가 중심이 된다고 했던가? 내 딸이 사위의 목덜미를 잡아 고분고분한 머슴으로 만들었듯이 사돈댁의 딸자식도 내 아들의 목덜미를 움켜잡아 충성스런 일꾼으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장모의 권력은 딸을 통해서 사위를 지배하는 현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미 장모는 장인의 존재를 무력화했다. 세상의 장인들은 이런 노래를 부른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마누라가 하자는 대로 하는게 좋아. 피곤하잖아? 조용한 게 제일이니까!” 이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한 장인의 무기력을 딛고 장모의 권력은 태동하였고 영악한 딸들은 또 어머니처럼 자신의 남편을 장악하여 어머니의 권력에 힘을 보탠 것이다.

그렇다면 ‘모계사회의 최고 권력자는 장모’라는 자조적인 정리는 결국 못난 남자들이 자초한 시대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봉건사회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페미니즘의 과열한 질주와 고령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남자들의 과오를 단지 모계사회의 순연한 변모라고 단숨에 이해해 버리려는 비열함은 용납될 수 없다. 건전한 가정의 질서와 바람직한 사회관념의 회복을 위해서는 어지러운 시류속에서 속절없이 뒤틀어진 남녀의 인식을 올곧게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저마다 지녀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타고난 특성이 있다.
진정한 남녀평등이란 이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루고 서로의 특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부모들은 모름지기 이 원칙을 몸소 실천해 보이고 나아가서 혼인한 자식들에게도 이 원칙을 가르쳐야 한다. ‘장모의 권력’이라는 세상의 빈정거림은 바로 이러한 원칙을 저버리고 여성의 권리와 내 딸자식의 권리에만 치중한 어머니들의 이기심을 질타하고 있음이며 스스로 남자의 자존심을 상실한 장인과 사위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희롱하는 경종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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