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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부활
윤기평  |  cmkcap@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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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09  20: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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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동안 유교적 농경사회가 유지되고 근세에는 체제의 변화와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남존여비(男尊女卑)의 편견이 뿌리깊게 세상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산업시대이래 경제수준의 증진과 인지의 발달은 꾸준하게 feminism의 확대를 가져왔고 이제 남녀평등의 개념은 한 사회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의 하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근래 고용구조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인구의 분포가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미증유의 세태 속에서 남자들은 자신의 위상과 역할에 대하여 적지 않은 혼란을 갖게 되었다. 남존여비라는 말이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의 줄인 말이라고 하는 우스개가 언제 부터인가 단순한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있다. 노후에 여자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는 딸, 돈, 건강, 친구, 찜질방 순인데 남자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는 마누라, 아내, 애엄마, 집사람, 와이프 순이라는 것이다. 여자의 노후에는 남편이 우선순위에 들지 못하고 남자의 노후에는 아내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여자의 냉정한 실리주의와 남자의 바보스런 순애보를 풍자하는 듯하여 영 찜찜하다.

보통의 경우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는 심리는 뚜렷하게 다르다. 남자에게 있어서 결혼이란 사랑하는 여자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다. 거기에는 여자를 평생동안 먹여 살리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맹세가 따른다. 반면에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이란 평생동안 나를 먹여 살려주고 보호해주고 나만 사랑해줄 의지처를 찾는 일이고 여자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남자를 사랑한다. 이러한 쌍방향의 욕구가 절묘하게 음양의 조화를 이루느냐 아니면 불균형을 이루느냐에 따라서 결혼한 남녀의 형편이 결정된다.

오늘날 신유목사회가 도래했다느니 모계중심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느니 하는 따위의 흐름은 바로 이 남녀의 원초적 욕구실현에 어떤 변화가 있다는 것이고 그 변화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큰 위험에 빠져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고령사회에서도 남자는 여자의 평생의지처가 될 수 있을까? 될 수 없다면 여자에게 그 남자는 무엇인가? 이런 위험을 떨치고 일어나야 하는 남자의 부활전략은 무엇인가?

1.부부의 개념에 대한 바른 인식
부부는 서로 의지처가 되어주고 책임져주는 관계이다. 결혼이 단지 사랑을 구하는 남자와 의지처를 구하는 여자의 만남이라면 그 것은 영원한 채권자와 채무자를 생산하는 불공정 계약이다. “책임져!”라는 말밖에 모르는 여자는 좋은 아내가 아니다. 의지처만을 구한 여자는 남편이 의지처가 못될 것 같은 순간 마음이 변한다. 그런 여자의 노후 우선순위에는 남편이 없다. 그러므로 남자는 젊은 시절 사랑을 구할 때부터 진정으로 사랑을 공유할 수 있는 여자를 찾아야 한다. 온갖 채무를 부담하면서 사랑구걸의 이벤트를 벌이는 실수를 해서는 아니 된다. 부부는 한 배를 저어가는 두 명의 사공임을 알고 행복을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반드시 한쪽이 몰락한다. 인생이라는 배는 그런 것이다.

2.속빈 강정으로 남지 말기
가장 처참하게 몰락한 남자의 박제는 자살한 기러기 아빠의 시신이다. 몸과 마음의 마지막 한방울 까지를 가족에게 바치고 사라졌지만 그의 희생은 서글플지언정 결코 숭고하지 않다. 남자는 돈을 벌되 그 모두를 아내에게 주어서는 아니 된다. 모두를 다주어도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는 경우라면 말할 나위없이 그는 열심히 더 벌어야 한다. 그러나 그 필요한 생활비가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생활인식의 문제로서 부부간에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하튼 최소한의 생활비와 아내의 재량에 맞길 약간의 부분을 제외한 자금은 비자금의 형태가 아니라 당당하게 남편이 관리하여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남편의 금고가 바닥을 보이면 그 순간부터 남편은 아내의 의지처로서의 위상이 하락할 것이며, 아내에게 용돈을 구걸하는 순간부터 보통의 남자는 몰락한다. 남자가 절대로 속빈 강정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부중 어느 한쪽의 몰락은 곧 가정의 몰락이다. 현명한 부부라면 서로를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이 부분에 합의하여야 한다. 바로 이때 남자가 강해야 함은 물론이다.

3.가정 돌아보기
‘잘 살아 보세!’를 외치던 산업시대의 남자들에게 집이란 단지 잠자는 곳이었고 내일의 출근을 준비하는 곳이었다. 자식들이 아내의 손끝에서 자라고 어른이 되는 동안 남자는 일과 술과 사람들에 부딪히며 볼품없이 늙어갔다. 일터에서 물러나 가정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퇴역군인을 불편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다. 외로움은 고령자의 무덤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남자들은 젊은 시절부터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가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자식들의 교육에도 자상하게 참여하고 큰돈이 드는 교육문제는 남자의 지갑에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주말이면 아내와 극장구경도 다니고 공원산책도 다녀야 한다. 그러니 남자가 결코 속빈 강정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이야기를 여기서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4.변신 준비하기
고령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남자는 몇 번이나 껍질을 벗어야 한다. 단 한번의 취업으로 평생을 먹고 살던 시대는 지나갔다. 남자는 언제나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는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 시대의 고령층에게는 변신의 경험이 없다. 그들의 선배들에게서 변신의 선례를 전수받지도 못했거니와 지난 세월이 그런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변신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100세시대가 막연한 두려움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어찌하랴!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격언을 여기서 떠올려야 한다. 이제라도 변신의 돌파구를 찾아보자. 직업이 아니면 어떠한가. 내가 정열을 불태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보자.

5.자기 관리하기
이 시대의 중장년층 남자들은 자기관리에 익숙치 못하다. 남자들이 특근이다, 손님접대다, 회식이다 하면서 밖으로 떠도는 사이에 젊음은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반면에 옛날보다 시간이 많아진 아내들은 에어로빅에 피부맛사지를 받아가며 자신을 가꾸는가 하면 각종 예술활동이나 체육활동을 즐기는 문화생활을 누렸다. 취미없고 소질없는 늙은이가 되어버린 남자에게 어느 여자가 의지하겠는가? 늙고 외로운 남자여! 이제라도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자. 운동을 하자. 문화와 친구가 되자.

6.아내와 대화하기
남편과 아내의 쌍방향 욕구가 시대에 걸맞는 합일점을 찾기 위해서는 부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남자는 바로 이 인식전환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구축과 아내에 대한 교육실행에 성공하여야 한다. 아내와 진지한 대화를 하자. 우리가 어떻게 해야 시대의 변화를 극복하고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지.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지 혹여 마음의 상처나 두려움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서로가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는지. 노후에 서로의 우선순위 1위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함께하고 무엇을 각자 해야 하는지 손잡고 대화하자. 이런 일을 할 수있는 것도 남자의 리더쉽이다.

7.외로워도 당당하기
나는 30년 가까운 세월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60고개를 넘어오는 언덕에서 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홀아비들이 모여사는 청평산장에서, 후박나무동산의 노동판에서, 심지어는 성공한 직장인들의 무리속에서도 남자들의 고독을 만날 수 있었다. 개중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사람도 있었으며 아내와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도 있었다. 지독한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있었고 잔혹한 배신으로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수컷이라는 존재는 본질적으로 외롭다. 어느 정신과의사는 노후에 필요한 능력중에 고독력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혼자 살아가는 것을 견디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경전의 말씀처럼 외로워도 당당한 자세를 잃지 말자. 남자는 그래야 부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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