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의원

올해 조달청이 진행한 LH 아파트 설계 및 감리용역 결과, 총 23건의 입찰 중 15건(65%)이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의 원인을 제공한 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을)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9월 말까지 조달청은 입찰을 통해 LH 아파트 설계 15건, 감리 8건 등 총 23건의 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조달청이 입찰 집행한 설계 15건 중 10건(427억원), 감리 8건 중 5건(332억원)이 과거 철근 누락으로 일명 ‘순살 아파트’ 사태를 발생시켰거나 지하 주차장 붕괴를 일으킨 업체에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고양창릉 A-3 블록 설계 용역을 수주한 A사(24년 6월)와 화성 동탄2신도시 c-14 블록 감리 용역을 수주한 B사(24년9월)는 LH로부터 철근 누락으로 인한 벌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두 업체 모두 법원에 벌점 부과 효력을 정지해달라 요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 결국 조달청 입찰을 통해 수주를 받게 된 것이다.

조달청은 “법원에 소송 낸 업체에 대해서는 입찰 심사할 때 벌점을 반영하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에 정일영 의원은 “행정소송으로 벌점 효력을 정지하고 계속 입찰에 뛰어들어 수주를 따내는 것은 건설 업계의 반드시 개혁돼야 할 나쁜 오랜 관행”이라고 지적하며 “지난해 ‘순살 아파트’논란으로 정부가 철근 누락 등 심각한 안전 문제를 유발한 업체에 대해 일정 기간 LH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게 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발표했지만, 사실상 업체들의 꼼수 앞에 무용지물이었다”고 비판했다. 

정일영 의원은 또, “조달청과 LH는 내부 규정을 강하게 바꾸거나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도 손 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질책하며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