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공공수주 과정에서 하도급 계획을 사전에 제출해야 하거나, 일괄 하도급을 제한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국제기준)에 어긋난다며 규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규제개혁과제 17건을 선정하고, 지난22일 국무총리실에 개선을 건의했다.

건설업계 개선과제와 관련, 전경련은 공공공사에서 원도급자가 사전에 하도급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건산법 제31조의 폐지를 촉구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형 공사의 경우 하도급 공종이 50개에 육박하는등 사전에 개별적으로 적정 하도급 견적을 확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는 면허를 다수 보유한 대형 전문건설사에 ‘일괄 하도급’하는 병폐로 이어져 영세 하도급 업체가 오히려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전 하도급 계획서 제출은 여타 건설 하도급 규제와 중복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하도급자 보호장치인 하도급 계약서 적정성 심사 의무화와 하도 대금 지급보증ㆍ직불과 기능이 유사하다는 입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볼때 하도급계획 사전 제출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일부 유사한 규제가 마련돼 있을 뿐”이라며 “사전 제출 규제를 폐지하거나 하도급계약의 적정성 심사로 일원화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건설공사 일괄 하도급 제한 규정도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 건산법은 건설업체가 도급받은 여러 동의 건축공사 중 1개동을 하도급할 경우 일괄 하도급으로 규정, 금지하고 있다. 전경련은 “미국과 독일, 일본의 경우 이같은 하도급 거래에 관해 정부가 불개입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그 어떠한 명시적 제한 규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건축공사에서 1개동 하도급 금지는 최근 대기업에 편중되고 있는 건축공사 물량이 중소건설사에 배분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등 업계 양극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하도급 물량 자체를 줄일 가능성이 높은 규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발주자의 서면 허가를 득할 경우 건축공사 1개동에 대한 하도급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전경련의 규제개혁과제에는 휘발유 산소함양 기준 완화와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제도 개선, 선박용 연료유 품질기준의 국제화 등이 반영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정책건의는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과제를 중심으로 건의했다”며 “장기적으로 수도권 입지규제, 대기업 규제 등도 폐지돼야 한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