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0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6개 대형 건설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4대강 담합조사와 제재처분을 시작으로 지난 2년반 동안 리니언시제도를 앞세워 강도 높은 조사를 고집스레 계속해 왔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위 담합의 주도 회사 격인 ‘턴키 빅6’대표들과 위원장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례적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건설공사 담합제재와 관련하여 담합근절을 위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시각과, 이와 반대로 건설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동정론도 병존한다”면서, “공정위는 과거의 법위반행위에 대해 무턱대고 관용을 베풀 수는 없지만, 건설시장의 어려움을 누그러뜨리면서도 입찰담합을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고 밝혔다.

특히 “해외수주에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면서, “미래 영업활동이나 사업영역까지 제약이 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진솔한 반성과 담합 근절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할 경우 담합조사 및 처벌과 관련해 건설시장의 여건을 감안한 수위조절 검토를 시사하는 ‘시그널’로도 보인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노 위원장은 건설인들의 진심어린 자성을 전제로, 공정위 담합 제재 때 입찰참가자격을 의무적으로 제한토록 한 국가계약법 시행령 76조의 1항7호의 삭제와 과징금의 분할·지연납부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들린다.

이미 여러번 지적했지만, 노 위원장이 말하는 ‘건설인들의 진심어린 자성’이 ‘다시는 담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리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담합사건들은 공정위가 지난 2012년 3월 개정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부당행위 소멸시효(5년)가 도래하기 전 사건들이다.

공정위는 그 동안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과징금 감면 및 고발 면제제도)’제도를 앞세운 담합 조사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강력한 것인지 담합적발 성과를 통해 증명했다.

그 때문에 현재 건설업계에서 담합은 사실상 사라졌다.

담합을 하기에는 과징금과 부정당제재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노 위원장에게 한 가지 더 제안한다면, 5년전 담합 혐의로 이미 거액의 과징금은 물론 공공공사 입찰참가 제한을 앞두고 있는 건설회사들이 59개사에 이르고 있고, 이 들이 현재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중추 건설회사들이라는 점을 인식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해외건설을 물론 국내 SOC를 추진 할 회사들 마저 무너지는 것이다.

국가계약법 개정이건 사면 추진이건 이들이 살아날 활로를 빨리 찾아내지 않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설회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져가는 날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