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1조4천억원에 달하는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주설비공사’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이 오는 6월1일 제안서 제출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6월1일 기술제안서 평가에 들어가서 6월3일 개찰한다.

이번 기술제안 입찰은 기술 대 가격의 가중치가 80대 20 이다.

80대 20은 ‘일괄입찰(턴키) 등에 의한 낙찰자 결정기준’의 기술적난이도에 따른 최고기술난이도인 A등급(기술강조형)의 최고 70대 30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전 원전 주설비공사인 신한울(신울진)1ㆍ2호기 공사가 최저가로 발주돼 ‘원전 안전 논란’이 불거졌었던 전례로 볼 때, 이번 신고리원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예산절감보다는 일원전의 안전을 특별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원전 안전에 민감해진 국민감정이 당연히 반영됐을 것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보기 드문 ‘기술 대 가격 가중치 80대 20’에도 불구하고 입찰참가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자칫 이번 입찰도 가격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현대건설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원전 시장에서, 현대건설이 대표사로 입찰참가 할 수 없는 이번 기회는 그 동안 원전시장 대표 진출을 고대하던 여타 건설회사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현대건설은 이전 원전공사인 신한울(신울진) 1ㆍ2호기를 대표사로 수주하면서 ‘후속 국내 원전 연속 대표사는 불가하다’는 당시 입찰 조건에 따라 이번에는 서브사로만 참여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대림산업이 대표사로 PO를 통과했으며, 현대건설은 대우건설의 서브사로 이번 입찰에 참가했다.

그동안 이들 3개 건설회사 컨소시업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기술제안 입찰준비에 매진해 왔다.

따라서 경쟁사와 큰 차의 기술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경우 가격경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일단 가격경쟁을 결심하게 되면 80대 20이라는 높은 기술 대 가격의 가중치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적은 기술점수 차이라도 극복하려면 그만큼 심한 덤핑을 감행해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조4천억에 대해 1%만 투찰비율 낮춰도 100억원이 넘는 공사금액이 깎인다.

그 만큼 이번 원전공사에서의 덤핑은 해당 건설회사에 어마어마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덤핑을 할 경우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은 물론 국민 모두가 원전의 안전을 걱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열흘도 안남은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주설비공사’의 개찰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