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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
윤기평  |  yoonk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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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03  18: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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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살의 내아들은

끝내 팔씨름으로 애비를 이기지못하고 군에 입대하였다

 

녀석이 열일고여덟살되는 때부터 나는 종종 녀석과 팔씨름을 하면서  

아직 여물지않은 녀석의 팔뚝을 쓰러뜨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스무살 넘어가면 아빠를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알았지?”

두손으로도 자빠뜨릴 수 없는 애비의 팔뚝을 우러러보며 녀석이

“아빠는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인데 절더러 어떻게 이기라는 거예요?”

라고 볼멘소리를 할때면, 나는 녀석의 우상이라도 된듯한 뿌듯함으로

미소를 흘리곤 하였었다

 


녀석은 최근에 육군헌병이 되어 작대기 하나를 이마에 달고 첫휴가를 다녀갔다

나는 미리 작심한 바가 있었으므로 이번에는 녀석에게 팔씨름을 걸지 않았다

그 작심이라는 것이 참 옳은 일 이었으며 그것을 율법처럼 영원히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청년이 된 녀석이 육십을 바라보는 애비에게 꺽기어 넘어가면 그가 받는

자존심의 상처가 어떠하겠는가.

반면에 애비가 드디어 아니 생애처음으로 자식에게 꺽기어 넘어간다면,

아아! 부러지는 우상과 갈라지고 깨지는 신화의 비명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어디 그뿐이랴! 쇠잔해진 애비의 뒷모습을 가엽게 바라볼 젊은 아들의 눈길을 어떻게 맞으란 말인가

 

이와 같이 어느 한쪽의 쓰라린 패배를 가져오는 수컷들의 힘겨루기는 이제 그만 두어야겠다.

융성하게 자라났다가도 계절의 흐름속에서 스러져갈 수밖에 없는 

푸성귀같은 것이 생명의 본질이고 보면,

그 안에서 고연히 승리의 쾌감과 패배의 처절함을 극하여 나누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참으로 어리석다. 이렇게 평범하고 당연한 사실을 왜 이 나이 되어서야 작심 운운하면서 깨닫는가.

상대를 제압하는 통쾌함이 패자의 참담한 고통을 먹고 자라는 잔인한 꽃이었음을

왜 깊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는가

 

몸을 날려 상대의 급소를 찌르고 날시퍼런 검을 휘둘러 베는 기술보다는

이제는 시래기를 된장에 맛있게 무치는 기술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은

패배의 수모를 두려워하는 ‘갱년기의 순화’가 내게도 오고있기 때문일게다

왜 아니겠는가? 오늘밤도 저 달이 저렇게 이우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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