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건설시장의 장기적 침체로 건설업계가 공공공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형편에 몰린지 오래다. 따라서 공공공사에서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수익률도 바닥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하소연이다. 올 초 건설업계가 조달청에 임의로 조사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공공공사에서 ‘제값을 받아야 산다’는 절실한 필요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의 적격심사개정방안 추진과 맞물려 건설업계의 공공공사 입찰제도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도 높은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우리나라 공공공사의 실무적 입찰행정을 이끌고 있는 변희석 조달청 시설사업국장을 만나 현안문제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의 제도추진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조달청은 최근 조사가격 조정내역을 공개키로 했습니다. 건설업계가 의문시 하고 있는 ‘관행적 삭감’에 대한 오해 해소차원이라는 해명도 덧붙였습니다. 조달청의 조사가격 산정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 우리청은 공공기관이 제출한 설계내역서를 국가계약법령, 계약예규 등 관련법규에 규정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적정한 가격을 적용하며, 임의로 설계가격을 삭감하지 않습니다.
조달청 조사가격의 원가계산 구성을 보면, 순공사비(재료비, 직접노무비, 기계경비, 실적공사비, 시장시공가격)와 간접노무비, 기타경비, 일반관리비, 이윤 등으로 구성되는 데, 이 중 조달청이 공사비 산정에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부문은 재료비 중 철근ㆍ레미콘 등의 주요자재를 제외한 일반자재(9.2%)와 시장시공가격(7.4%) 정도입니다.
공사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접 노무비, 기계경비, 실적공사비, 기타경비 등은 수요기관의 설계오류를 수정하는 사항으로 우리청 재량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즉, 철근ㆍ레미콘 등 주요자재 단가는 우리청 가격정보지 가격, 노무비는 대한건설협회 시중노임단가, 기타경비ㆍ일반관리비ㆍ이윤 등은 대한건설협회 및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분석한 요율을 공통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청이 별도로 조사하여 적용하는 일반자재 가격도 데이터베이스(DB)화하여 다년간 가격동향을 관리하고 그 결과를 나라장터에 공개하여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적정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시장시공가격도 민간이 참여하는 가격조사협의회를 통하여 조사단가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등의 가격검증(Feed-back)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조사가격 산정 시 설계금액과의 차이가 너무 클 경우 설계부실 책임을 설계회사에 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공업계의 의견이 있습니다. 국장님은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 설계회사의 설계가격과 우리청 조사가격은 조사 시점, 적용기준 등이 다를 수 있어, 그 차이가 크다는 사유만으로 부실설계로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근거를 부실설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 턴키ㆍ기술제안 등 기술형 입찰의 덤핑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량부족에 따른 업체간 경쟁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설계배점보다 가격배점을 높인 정책적 제도변화의 영향으로 업계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조달청은 이 같은 시장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시는지요.

△ 최근 설계ㆍ시공일괄(턴키) 입찰에서 과거보다 저가낙찰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최근 턴키방식의 발주 물량 감소 등에 따른 입찰경쟁 격화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몇 년 간의 집행사례를 분석해 보면, 1천억원이상 공사입찰에 4개사 이상이 참여한 건의 비중이 2007년 6.7%에서 2011년에는 37.5%로 크게 증가하는 등 입찰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공사예산 대비 80%미만으로 낙찰된 공사도 주로 1천억원이상 공사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저가낙찰 사례가 설계평가 비중이 60~70% 이상인 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어느 선이 적정한 낙찰율인지는 업계, 발주기관 또는 납세자인 국민 등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개별 공사의 특성 이나 여건 등을 고려치 않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곤란점이 있습니다.
다만, 턴키방식은 고난도 공사에 적용되고 고품격 설계를 통해 우수한 시설물의 확보를 추구하는 발주방식인 만큼, 무리한 저가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 지금 기획재정부는 적격심사제도를 운찰제로 규정하고 변별력 강화방안을 마련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적격심사제 뿐만 아니라 최저가낙찰제 역시 운찰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도로공사가 집행했던 ‘언양-영천 3공구 공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과 같이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 방식 역시 운찰의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조달청은 보완방안을 고려하고 계신지요.

△ 최근 최저가낙찰제로 발주한 공사입찰에서 입찰자간 투찰금액 차이가 근소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데, 이는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기준의 개량평가 확대와 업체들의 낙찰 가능성에 초점을 둔 전략적 투찰이 맞물린 결과로 보입니다.
우리청에서는 2011년에 감사원 감사 지적사항 등을 반영하여 입찰 허위서류 양산방지 등을 위해 세금계산서, 시공실적 확인서에 의한 절감사유를 불인정하고, 주관적 심사항목(14점)에 비해 계량화된 절대평가항목의 비중(86점)을 높인 바 있는 데, 이는 입찰 및 저가심사 과정의 부정과 비리를 방지키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결과 1순위자의 심사 통과 비율이 55%로서 나머지는 2순위자 이상에서 낙찰자가 결정되는 등 심사의 변별력이 확보되고 있고, 제도 시행 이후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평균낙찰율이 2010년 71.1%에서 올해 4월 74.4% 수준으로 올라가는 등 무리한 저가투찰방지 기능이 작동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 상태에서 별도의 개선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 적격심사의 변별력을 높이자는 의견과 높이면 안된다는 의견은 항상 업계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팽팽하게 맞서온 문제입니다. 앞으로 조달청의 방향은 어느 쪽 입니까?

△ 공공공사 입찰에서 적정 수준의 입찰경쟁을 확보하고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가 우대받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또는 적격심사 등에서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입찰사례를 분석해 보면, 100억원 이상 일반공사의 입찰경쟁률이 평균 280대 1에 달하고, 적격심사에서 만점 가능 업체의 비율이 95%내외에 이르는 등 과당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입찰비용이 사실상 미미하고 심사기준이 높지 않은 것도 한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심사의 변별력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공사 수주의 양극화 초래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므로, 공사규모별로 건설업체의 등급(체급)별 실적 보유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적정 수준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공공공사 입찰제도의 변별력을 희석시킨 가장 큰 원인은 공동도급 가점제도와 신인도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생ㆍ공생 또는 지역중소업체 보호정책 등의 명분에 밀려 입찰제도 개선방안에서 공동도급제도와 신인도는 번번히 제외됐습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어떤 입장입니까?

△ 우리청에서는 지역ㆍ중소업체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경우 일정 가산점을 주거나, 각종 인증 보유업체나 협력관계 우수업체 등에게 신인도 평가를 통해 우대하고 있는 데, 이에 대해 가점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공공공사 발주제도는 민간 발주자와 달리 우수한 업체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시설물을 획득하고자 하는 시장논리 뿐만 아니라 지방ㆍ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기업 보호, 건설산업의 기술경쟁 촉진 등 다양한 정책목표도 함께 달성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조달청의 앞으로 추진 할 제도적 개선방향이나 건설업계에 대해 당부할 말씀이 있으시다면?

△ 건설시장은 2007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민간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신규 발주는 축소 내지 정체 상태인 반면, PF부실 문제와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격화 등으로 갈수록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대한건설협회에서 발표한 2010년 건설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매출액 순이익율이 2007년 6.4%에서 2010년에는 2.2%로 낮아 졌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중장기 건설수요도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업계에서도 해외건설시장, 에너지 저감ㆍ친환경 녹색건설시장 등 미래건설 시장에 눈을 돌려 관련 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도 향후 기술경쟁 중심의 낙찰제도를 확대하고, 토목ㆍ건축 등의 업종실적보다 세부공종별로 특화된 전문업체가 우대받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최무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