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IC에서 양재IC까지 구간을 지하화하는 방안이 구상되고 있다.

서초구는 11월18일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경부고속도로 서울구간의 지하화계획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개회사를 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하터널은 3개 층으로 구성해 지하 1층에는 상가와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될 예정이며, 지하 2·3층에는 각각 편도 4차선 도로가 자리 잡을 계획이다”고 사업 구상안을 내놓았다. 이어서 “서초·강남 등으로 가는 차들만 지상 구간을 이용하게 되면, 상습 정체구간의 교통체증을 감소시키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경부고속도로 양재IC에서 한남IC 구간까지의 상습 교통정체와 소음, 매연 등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으로 해당구간을 지하화하자는 서초구의 제안에 대해 도시계획, 교통계획, 도시재생 등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의 장으로 진행됐다.

이희정 서울시립대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시·공간적 측면에서 경부간선도로는 강남의 도심을 동과 서로 분리시켜 도심의 확장가능성까지 단절시키고 있다며, 구조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경부간선도로는 45년간 고정돼 21세기와 맞지 않는 공간을 이용하고 있어,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입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초구는 한남IC에서 양재IC까지의 구간에 대해 지하화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대심도 자동차전용터널을 만들어 지상의 교통량을 지상과 지하로 분산시킨다. 이를 통해 강북과 올림픽 대로로 이어지는 교통량은 지하도로로 보내고 서초·강남 등 도심지 이용 차량은 지상차로를 이용하도록 이원화해 고속도로의 원래 기능을 회복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교통혼잡 비용과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상 교통량이 줄어들게 되면 매연과 소음이 감소해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상부에 새로 생기는 광화문광장의 30배에 달하는 약 17만평의 오픈스페이스는 녹지를 조성해 공원·광장 등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강남도심권의 단절된 생활권을 동서로 연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장마철에 강남역 일대에 발생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빗물배수 저류터널도 동시에 건설할 계획이다.

이청원 서울대 교수는 “현재 경부고속도로는 용량 한계 상황이고 마땅한 개선 대안이 부재하며, 입체화 관련 다양한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교통계획과 교통운영계획을 초기부터 통합해 대중교통 및 재정적·기술적 측면의 깊은 고민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충고했다.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는 대개 공공기관의 막대한 재정투입이 수반되는 재정사업으로 추진되지만 서초구에서는 국민세금을 전혀 투입하지 않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서초구는 지하화 공사에 1조~1조5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하화로 생기는 고속도로 주변 토지(6만 평)를 개발해 얻는 이익 1조2천억원을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칠성·남부터미널 부지 등의 개발에서 나오는 공공기여금 2조~3조원도 이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공사비로 충당하고 남은 공공기여금을 서울시 전체 공공개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해 강남․북 균형개발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공공기여금을 활용해 예산 투입 없이 진행해, 남는 공공기여금을 강남․북 균형개발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경부고속도로의 새로운 변화를 통해 경제 활력이 넘치고 쾌적한 도시, 보행 친화도시를 조성해 갈 계획이며, 이번 심포지엄이 그러한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