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건설업계가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당초 건설업계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동의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건설업계가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동의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지난해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결정할 당시에도 업계는 각종 회의를 통해서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코앞에 닥치지 않아서 토론이 되지 않은 것뿐 입니다.

▲건설업계가 그토록 최저가낙찰제도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건설업계가 최저가낙찰제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그 심각성이 더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건설경기는 2007년을 정점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고, 더구나 민간건축경기마저 어려워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입니다.지난해는 약 29%의 업체가 1건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고, 금년 상반기에는 절반가량이 공사 수주를 못하고 있는 것이 건설업계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대부분 지역 중소업계의 물량인 300억원 미만에서 100억원 구간으로 까지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된다고 하니 업계의 반대는 당연한 것입니다.

최저가낙찰제는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과연 최저가낙찰제가 예산을 절감해 주는 것인가 입니다. 공사 수주시 예상했던 금액보다 낮게 공사를 주니까 예산이 상당히 절감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적정공사비 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는 공사 수행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결국 이러한 부분은 공사 완공 후 유지관리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영국과 미국은 이미 주목하고 최저가낙찰제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영국의 경우 산업혁명이후 시장경제에 입각, 최저가낙찰제를 통한 경쟁 입찰을 해오던 나라입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싸구려’와 ‘경제성’의 혼란에 빠지게 되고, 1994년 하원의원 래이썸(M. Latham)이 보고서에서 최저가낙찰제는 효율성이 낮은 제도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게 되자, 수상 권고로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500억이상 20개의 공공프로젝트에 대한 전면실태조사가 실시됐고, 24%의 공사비가 오히려 초과됐다는 레빈(P. Levene)보고서가 발간되기에 이릅니다. 계속해서 1999년에 재무부 공공사업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옴으로서 ‘최저가낙찰제를 통한 예산절감이 오히려 공공예산의 낭비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게 됐고, 감사원도 이를 수용하여 결국 2000년대 들어 최저가낙찰제를 완전 폐지했습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방조달규정(FAR)에서 “최저가낙찰제가 허위절감(False Economy)을 야기”한다. 즉 최저가낙찰제는 무늬만 예산절감이지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계기로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인식이 전환됐으며, 지금은 20% 정도만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최저가낙찰제에서 덤핑입찰을 막을 수 있는가, 그리고 이로 인한 품질저하 문제, 불량·부적격 업체의 입찰참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가” 문제입니다.이것도 일본의 사례를 들어보면 답이 명확히 나옵니다. 일본도 최저가낙찰제를 운영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덤핑문제가 대두되어 그 해소책으로 ‘저입찰가격조사’를 거치는 최저가낙찰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수주난에 직면한 건설업체들의 덤핑이 난무하자 품질저하 우려가 커져갔고, 특히 불량·부적격 업체 퇴출보다 오히려 건실한 업체들이 부실화 돼가는 점을 인식하면서, 결국 2005년 가격위주에서 가격과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종합평가낙찰방식’을 도입하는 ‘공공공사 품질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일본은 이 제도가 점차 정착되어 지금은 99%가 종합평가낙찰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셋째, 최저가낙찰제가 경쟁력을 제고 시킬 수 있는 가 입니다. 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려면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어야 하므로, 결국 가격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논리가 성립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물량이 없다보니 업체들은 수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고, 결국 적정공사비를 포기하고 덤핑만이 수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술개발은 여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 당장 연명하는데 급한 상황에서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국내에서 수익성을 무시하고 가격 낮추는 훈련을 하다 보니 해외공사에서도 수익성 있는 공사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무엇이 정말 문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론과 실제는 엄연히 다릅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가격이 아닌 품질·기술·안전 등 사실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적격심사제도가 운찰제로 변질되어 최저가낙찰제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는 사실 아닌가요?

-앞서 선진국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는 이미 1995년도에 적정공사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고, 가격과 이행능력을 종합평가하는 방식인 ‘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해왔습니다. 다만, 선진국에서 지금 운영하고 있는 베스트밸류(Best Value)와 다른 것은 향후 이행부분, 즉 품질·안전·환경 등이 포함된 시공계획과 총생애주기비용(LCC ; Life Cycle Costing)측면에서의 제안 등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골격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적격심사제도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적격심사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공정·투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주자와 건설업계 모두가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 만큼 우리 현실에 맞는다는 증거입니다. 우리의 현실에 맞게 선진국보다도 먼저 생각하고 도입한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개선·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최저가낙찰제 확대가 중소업체들의 경영악화로 가지 않도록 PQ 변별력 강화, 저가심사제도 개선, 등급제한 확대 등,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재부의 방안이 최저가낙찰제 확대로 발생할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할 것으로 보십니까?

-현재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어떠한 보완방안이 지금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습니까?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PQ변별력 강화는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아예 입찰조차 참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완이 아니라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나라에서는 최저가 입찰에 평균 약 6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반면,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입찰참여 업체가 10개사를 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한정된 물량에 경쟁하는 업체 수는 많으니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낙찰률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덤핑방지를 위해 PQ를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입찰참가 업체가 많고 적은 이유는 PQ때문이라기 보다는 입찰경쟁 방식의 문제입니다. 외국의 경우 PQ 보다는 제한경쟁 또는 지명경쟁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 이같이 나타나는 것입니다.우리나라도 실적제한 발주의 경우 지난해 최저가 공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약 20개사 내외가 참가했고, 시공능력평가제한 발주의 경우 30개사 내외, 등급제한의 경우에야 60개사 내외로 나타나 제한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PQ제도가 국가계약법령에 의거 획일화 되어 있어 통과하지 못할 경우 모든 공공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영업정지와 같은 효력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발주기관마다 특성에 맞게 운용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PQ강화 자체는 그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은 획일화된 제도 운영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보완이 아니라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