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대금 직불제’확대를 두고 다시 건설업계가 업역간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건설업계가 크게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낸 반면, 종합건설업계와 건설노동조합은 건설근로자·기계장비업자에 대한 체불 대책이 보완돼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7일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 공공발주 규모의 절반에 해당하는 16조원 규모의 공사에 대해 ‘하도급대금 직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하도급대금 미지급은 하도급업체들에게 직접적이면서도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하고, 최근 5년간 전체 하도급법 위반 행위 중 61%(3천567건)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적인 법위반 행위라고 설명했다.

하도급대금 직불제는 공사·장비·임금·자재 대금이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공공발주자로부터 하도급업체에게 직접 지급되는 제도다.

이번 하도급대금 직불제 추진방안은 공정위와 서울시 등 17개 광역지자체 및 토지주택공사·한국전력 등 20개 공공기관(연간 발주규모 500억원 이상)이 합동으로 마련했다.

하도급대금 직불제 추진방안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17개 광역지자체와 20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15조9천469억원의 공사에 대해서 하도급대금 직불제가 시행되며, 이는 공공부문 전체 발주규모 34조 2천485억원의 47%에 해당한다.

직불 유형은 ▲조달청의 ‘하도급지킴이’, 산업부의 ‘상생결제시스템’, 서울시의‘대금e바로’ 등 전자대금직불시스템을 활용하는 직불과 ▲직불조건부 발주를 통한 직불 및 ▲발주자·원수급사업자간의 사전 합의를 통한 직불 등이 있다.

직불 단계를 보면, 발주자는 계약체결단계에서부터 원도급업체, 하도급업체, 노무·자재·장비업체로 하여금 각자의 대금을 입금받을 계좌를 개설토록 하고, 각각에게 지급할 대금액, 지급시기 등에 관한 계약내용을 시스템에 등록한다. 원도급업체는 발주자가 선급금, 기성금, 준공금을 지급하기 직전에 자신 및 하도급업체 등이 지급받아야 할 대금액을 발주자에게 청구하며, 발주자는 청구내역을 확인하고 은행을 통해 각 업체들이 지급받아야 하는 대금을 각각의 계좌로 입금하는 것이다.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중소 전문건설업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희소식이라면서 4만여 회원사와 함께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공공공사 하도급대금 직불제’가 시행되면 대기업의 대금 미지급·지연지급, 어음 및 대물변제 지급 등 불법하도급 대금 지급행위가 사전에 차단돼, 하도급 투명성 강화와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예측하지 못한 손해로부터 하도급공사의 계속성 확보 ▲도급사의 파산 등에 따른 하도급사의 연쇄부도 방지 ▲하도급사가 고용하고 있는 건설근로자의 근로조건 보장 ▲하도급 대금의 적기 지급으로 장비·자재업자의 대금 보호 ▲이중 하도급계약서 작성 등 불법행위 근절 등으로 사회적 약자인 하도급업체 보호와 하도급 대금관련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음, 어음대체결재수단 및 대물 수령 행위와 같은 비현금성 결제형태가 사라지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대한건설협회는 발주자가 하도급자에 대금직불 후 하도급자가 고의부도를 내거나, 노무자와 기계업자에 대금지급하지 않고 잠적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럴때마다 발주처는 원사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공정위가 건설근로자·기계장비업자에 대한 체불 대책도 없이 하도급자만을 위한 직불제도에만 매달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성토했다.

협회는 이어, 하도급자에 대한 대금 직불은 건설 관련 법령 체계에 반하고 사적자치의 원칙을 심각히 훼손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고, 공사관리 측면에서 대금 직불은 일을 시킨 당사자가 아닌 발주자가 대금을 지급해 현장 관리 효율성을 저해하고 하도급자의 재정·관리 능력 부족으로 오히려 체불이 양산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도 이번 공정위 방안에 대해 4월7일 반대 성명서를 냈다. 발주자에서 하청사 직불은 “가짜”로 규정하고 재정·관리능력이 부족한 전문건설업자에 대한 대금 직불 활성화 정책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하도급대금이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발주자로부터 하도급업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경우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지급 보증의무를 면제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면제대상을 ‘발주자·하도급자간에 직불 ‘합의’를 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금직불시스템을 활용한 직불’, ‘직불조건부 발주’의 경우도 면제대상에 추가하도록 개정안을 이달 내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