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서울시 중구청에서 시작돼 급속 확산된 ‘1억원 이상 관내 공사 등에 대한 지역주민 의무고용제’가 속속 폐지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역주민 의무고용제는 기초자치단체들이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지역주민을 30%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토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의무고용 대상 임금의 30%-50%를 손해배상금으로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

또 하나의 발주처의 우월적 지위 남용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지역 인기를 의식해 법근거도 없는 탈법 행위를 마구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 행정안전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역주민 의무고용제에 대한 건설업계의 유권해석 요구에 “지방계약법과 공정거래법상 시공사의 자유 의사에 의한 거래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이자 관련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함으로써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는 이밖에도 다양하다.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강요한다거나, 예산을 터무니 없이 깎아버린다거나, 공기연장 시 간접비를 반영해 주지 않거나, 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계약자에게 떠넘는 등의 행위가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횡포는 순환하는 담당공무원들의 전문지식 부족과 뿌리 깊은 관 주도ㆍ관 우위의 사고방식에도 원인이 있지만,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독선적 업무 방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민 의무고용제 문제를 계기로 행안부가 지난달말 전국 16개 광역시도와 교육청에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금지한 지방계약법령을 준수하도록 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 공문의 영향으로 지역주민 의무고용제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일단락되고는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탈법적 행위들을 중앙정부가 제대로 제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정을 중앙정부가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