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6일 평택 국제대교 교량 붕괴사고를 낸 대림산업과 10월 23일 용인 물류센터 외벽 붕괴사고를 낸 롯데건설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몰렸다.

국토교통부 평택 국제대교 건설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연세대 김상효 교수)와 용인 물류센터 건설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건국대 신종호 교수)는 1월17일, 이들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평택 국제대교 교량 붕괴사고는 연장 1천350m 건설현장(지방도 313호선)에서 교량 설치 작업 중 상부구조(거더) 240m가 붕괴한 것으로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공사는 평택시가 대안입찰로 발주했으며, 대림산업 외 6개사가 시공했고, 삼안 외 3개사가 설계, 수성엔지니어링 외 2개사가 감리했다.

평택사고조사위원회는 8월28일부터 현재까지 4개월간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계단계에서 중앙부 벽체의 시공용 받침 미배치, 바닥판 슬래브 두께가 얇아 정착구 설치가 용이하지 않은 점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시공단계에서는 사전 설계검토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한데다, 상부 거더 벽체 시공이음부 및 세그먼트 접합면 처리 미흡, 정착구 공급사에서 제시한 제원과 다른 보강철근 배치, 시공 상세도와 상이한 벽체 전단철근 설치 등 시공 상 품질관리 문제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그먼트의 긴장력 도입 중 정착구 주변 파손, 강선 뽑힘 발생 등으로 인해 많은 보수작업이 진행된 사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국부적 손상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공사 과정에서 위와 같은 다양한 문제가 발생됐음에도 시공과정의 구조안전 여부에 대한 시공자·감리자의 기술적 검토가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발주청에 하도급을 통보할 때 간접비까지 고려해 하도급률을 산정(76%)해야 하나, 간접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산정(84%) 하여 하도급 적정성 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제점도 있었다. 하도급률이 82% 미만이면 의무적으로 발주청의 하도급 적정 심사를 해야 한다.

이밖에도, 형식적 시공 상세도 작성,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현장대리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사 및 품질 담당 직원을 정규직이 아닌 현장 채용직으로 배치하는 등 현장관리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책임 구조로 현장이 운영됐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에 따라 최대 1년이내 영업정지, 국가계약법 제27조 및 지방계약법 제31조에 따라 3개월이상 5개월미만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이 검토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대림산업은 이날 윤태섭 토목사업본부장 명의로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반성과 더불어 책임 있는 자세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용인물류센터 신축공사 외벽 붕괴사고는 물류창고 신축을 위해 설치한 높이 25~30m의 흙막이 임시시설을 해체하던 중 흙막이가 붕괴되면서 흙막이와 약 1.5m 이격된 건축물의 콘크리트 외벽이 함께 전도된 사고로, 인근의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했다.

이 사업은 민간 PF로 특수목적법인(SPC)인 SLC가 물류터미널 1개동(연면적 11만5천㎡, 지하 5층~지상 4층, PC구조+철근콘크리트조+일반철골조)을 건설하는 것으로, 롯데건설㈜(60%)+선경이엔씨(40%)이 시공하고, 설계·감리는 ㈜다원그룹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인허가 관청은 용인시다.
 
용인 사고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고가 흙막이를 해체할 때 시공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주요한 사고 원인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흙막이를 해체할 때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조체를 완성하고 외벽과 연결한 후 흙막이를 해체해야 하나, 이 공사에서는 구조체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외벽과 연결하기 위한 슬래브를 설치하지도 않은 채 흙막이 지지 앵커를 먼저 해체함으로써 토압을 지지하지 못한 흙막이가 붕괴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자는 설계도서 및 착공 전 작성해 용인시에 제출한 바 있는 안전관리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았고, 2m 이상 가설 흙막이를 설치할 때 구조 안전성을 확인하기 적합한 분야의 기술사에게 확인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건진법 절차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자 역시 대심도 흙막이 공사가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흙막이 해체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는 등 현장 기술 관리가 소홀했고,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 중(가시설 해체)임에도 토목 감리원을 현장에 배치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특히, 시공자, 감리자 모두 외벽이 구조체와 연결 없이는 토압(土壓)을 지지하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지지 가능한 옹벽(擁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역시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에 따라 최대 1년이내 영업정지가 검토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양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1월 중에 국토교통부에 조사결과보고서를 최종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이성해 기술안전정책관은 “이번 사고가 건설현장의 안전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건설사고를 유발한 경우 일벌백계(一罰百戒)한다’라는 원칙 하에 행정처분, 형사처벌 등의 제재 절차를 엄정히 밟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사고조사가 끝나면 조사 보고서만 발주청 및 인허가 기관으로 송부하여 처분을 맡겼던 예전과는 달리, 영업·업무정지 등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형사처분까지 국토교통부가 직접 위반사항을 적시하여 처분 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보고서는 국토교통부 누리집(www.molit.go.kr)과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운영하는 건설안전정보시스템(www.cosmis.go.kr)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