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조달청과 한국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는 예상대로 4대강 사업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담합판정 받은 19개 건설업체들에 대한 제재가 가장 뜨거운 현안 문제였다.

대부분 의원들은 건설대기업들의 몰염치를 질타하면서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고, 일부 의원만이 한꺼번에 도급순위 20위까지 업체중 16개 업체에게 입찰참가 제한조치를 가하는 것은 내년도 SOC사업 추진에 중대한 차질이 올수 도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특히 조달청 국감에서 모의원은 조달청장에게 “건설회사들이 제재처분을 받더라도 즉시 법원에 소송을 걸어 제재처분을 보류시킨 다음 대통령 사면 등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 있어 사실상 제재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청렴계약 특수조건 3조4항에 따라 조달청 처분을 받은 자는 조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민ㆍ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건설업체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청렴계약 위반행위”가 아니냐고 따졌다.

건설회사들이 담합을 하거나 뇌물을 제공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통해 공사를 낙찰했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이어졌던 담합사건과 뇌물사건의 주인공이었던 건설회사들이 어째서 제재를 제대로 받지 않았을까?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으로 이어지는 각기 정치적 노선을 달리했던 역대 대통령들 모두가 사면을 선택했던 이유는 과연 무얼까.

그것은 건설회사에 대한 제재 규정이 범법에 비해 너무 과하고 게다가 중첩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국회나 할것 없이, 사건이 터질때마다 여론에 밀려서 또는 감정적으로‘일벌백계’식의 점점 강한 제재 조항을 법에 삽입하다 보니, 이제는 한건 걸려서 법규정대로 벌칙을 가하면 해당 건설회사가 쓰러지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뺨 한대 때리면 알맞겠는데 손에는 권총을 쥐고 있으니 쏠 수도 없는 꼴이다.

담합으로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추징하고 법위반에 상응하는 벌금을 부과하면 충분할 것을, 입찰참가를 제한해서 수천명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체들을 없애버리자고 드는 법규가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묻고 싶다.

건설회사들의 담합과 로비를 질타하지만, 오히려 건설회사들이 행정기관과 정치권에게 필사적으로 사면을 구걸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 법과 제도를 만드는 권한을 가진 쪽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청렴계약 특수조건도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돼야 하고, 모든 국민들에게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소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청렴계약서는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일종의 각서다.

여기에 발주처의 처분에 대해 손해배상 또는 민ㆍ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규정을 담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초법적인 규제다.

죄의 경중에 맞는 처벌수위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