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이익단체다.
이익 분야가 공통된 회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전문적으로 대변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고 회비를 낸다.

협회들은 보통 정의와 합리를 내세워 논리를 펼친다. 다만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주장할 때만 그렇다.

회원들의 이익이 정의다. 회원들의 이익을 지켜내는 것이 협회가 존립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토부가 추진중인‘건설기술진흥법 전부 개정안’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두 협회의 양태가 눈에 거슬렸다.

먼저 건설엔지니어링을 단일업역체계로 통합하려는 국토해양부의 법률개정안을 극렬하게 반대해온 한국엔지니어링협회다.

협회 입장에서는 회원사(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들이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의 업역체계에서 벗어나 건설산업진흥법의 등록체계로 흡수될 경우 회원들의 이탈이 걱정됐을 것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부문별로 각각 신고해야하는 엔지니어링법의 업역체계 보다 전부문을 통합하는 건설기술진흥법의 업역체계가 회원들에게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등록 유지비용 부담이 그 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회원사들의 규모나 주력 사업분야별로 입장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협회가 회원사들의 입장이 무엇이고 어느 쪽이 회원사들에게 이익이 되는 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협회 주장의 결과로 회원사들은 엔지니어링사업자 신고와 건설기술용역업자 등록을 모두 해야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됐다.

회원의 이익을 위한다는 본연의 책무보다 자신들의 밥그릇 보호에 더 열심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는 한국건설감리협회다.

건설엔지니어링을 한개 등록체계로 통합한다는 건설기술진흥법안의 등장은 한국건설감리협회의 회원사는 물론 협회 입장에서도 복음과 같은 것이다.

특히 국토부 산하 건설기술용역 관련 협회 가운데 제대로 틀을 잡고 있는 단체는 한국건설감리협회 하나 뿐이다.

등록체계 통합은 감리협회가 감리에 국한된 협회에서 설계ㆍ감리ㆍCM의 업역을 총 망라하는 협회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본인들이 의도치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잔치상이 차려진 것이다.

그런데 지식경제부와 엔지니어링협회와 조합이 올해내내 극렬한 반대와 로비로 국토해양부를 압박하고 있는데도 감리협회는 이렇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설계부분은 업역통합에서 제외되고 CM과의 통합 정도에 만족해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숟가락도 안들고 입에 떠넣어주길 바라다 차려진 잔치상이 치워진 꼴이다.

국회 심의과정이 남았다고는 하나 의견대립을 보였던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가 국무총리실 조정과정에서 합의한 마당이어서 돌이키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능했기 때문인지 게으르기 때문인지 간에 협회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