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시는 턴키 발주를 원천적으로 중단한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게 턴키로 발주할 경우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설계심의 과정을 중계하고 관련자료를 완전히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또한 담합을 뿌리뽑기위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담합으로 확인된 경우 2년간 입찰참가를 제한토록 ‘서울시 청렴계약이행서약서’에 이를 명시하고, 입찰담합업체에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과했던 과징금 이외에 서울시가 입은 손해를 배상받기 위한‘손해배상 예정액제’도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어 표준품셈제도를 폐지하고, 서울시에 적합한 ‘선진국형 실적공사비 적산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것이 입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체 간 담합과 심의위원 로비 등의 각종 비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는 그동안 입찰담합이 적발될 경우 지방계약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 왔지만 업체가 이에 대해 소송제기를 하거나 정부의 특별사면 등으로 처분이 유보 또는 소멸돼 실효성이 없었다고 부연했다.

정리하자면 “턴키입찰에서 로비와 담합을 막아보려고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턴키발주를 안하겠다”는 선언이다.

발주제도는 근본적으로 발주처를 위한 제도다.
어떤 방식의 발주방식을 활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발주처의 재량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턴키를 중단하던 계속하던 간에 이의를 달 명분은 없다.

다만, 서울시가 내세운 턴키제도 운영 중단 이유가 마땅치 않다.

서울시가 보다 좋은 시설물을 효율적으로 건설한다는 목표에 턴키제도가 적합치 않다고 판단했고, 이 때문에 앞으로 턴키발주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 한것이라면 당장 수긍이 간다.

턴키제도는 “민간의 아이디어를 다른 제도보다 깊숙히 차용키 위해 설계와 시공 모두를 입찰참가사에 맡겨서, 예산 범위 안에서 가장 우수하고 독창적인 시설물을 건설”하고자 할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근래 턴키는 가격경쟁으로 치달아서 ‘적당한 설계에 덤핑’이 굳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낙찰결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에 목표로한 사업추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발주방식은 퇴출돼야 마땅하다.

그런 이유로 건설업계는 앞으로 턴키발주가 대폭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의 턴키발주 원천적 중단 선언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엉뚱하게도 로비와 담합을 이유로 내세웠다.

로비와 담합을 막는다면서 앞으로 추진할 ‘그렇게 강력하고 많은 방법’을 이어서 나열해놓고도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담합이라고 제재하면 법원의 최종판결도 나오기 전에 바로 2년간 입찰참가를 제한토록 ‘서울시 청렴계약이행서약서’에 명시하고, 담합으로 서울시가 입은 손해가 얼마인지는 모르나 ‘손해배상 예정액제’를 도입해서 계약금액의 10%를 청구하겠다는 그런 방법은 어떤 법리적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도통 알길이 없다.

초법적이며, 우월적 지위 남용의 전형이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