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준 사과 하나를 들고 대문 앞에 나갔던 돌이가 울고 들어왔다. 옆집에 사는 큰아이들에게 한입 베어먹혔던 것이다. 돌이는 주먹을 쳐들고 협박하는 큰아이에게 별수 없이 한입베어 먹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돌이의 사과를 베어먹은 큰아이는 재미를 붙여 이집 저집 아이들의 사과를 한입씩 베어먹어 계산상으로는 돌이의 사과보다 큰 사과를 먹은 셈이 된다.

한입 베어먹기 이것은 아이들의 일만은 아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수주를 둘러싸고 옛 부터 간혹 있어왔다. 남의 연고공사가 입찰에 부쳐졌을때, 한입주지 않으면 깨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공사일부를 하청형식으로 떼어 받던가, 상당한 급부를 보장받는 것이다. 이것을 건설업계에서는 ‘한입베어먹기’라고 부른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한입 베어먹기’ 상습회사를 ‘떡쟁이’ 회사라고도 한다. ‘떡쟁이’의 어원은 일본말에서 유래한다. 공사 입찰전에 관련업자들이 모여 경쟁을 피하고 어느 누구에게 낙찰되도록 협조하자는 협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법률용어로는 ‘談合(담합)’이라고 한다. 이 ‘담합’이 일본말로 ‘당고’다. 참새알처럼 동그랗게 빚은 일본의 ‘당고’라는 떡이 있다. 그래서 ‘담합’행위는 떡을 친다는 은어가 됐다. 그래서 ‘담합’판이 생기면 한몫 잡는 회사를 떡쟁이 회사라고 하여 업계에서는 무법자로 인식된다.

이 떡쟁이 회사들의 ‘한입 베어먹기’는 어느 회사가 연고가 짙어 수의계약까지는 못갔지만 업계의 동정을 받기에 충분한 공사이거나 그 공사를 따기 위해 몇 년을 따라다니며 공을 들여 업계 모두로부터 동정을 받아 공사수주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공사등, 주로 남의 밥상에 숟가락만 갖고 가면 먹을 수 있는 그런 공사에 행해지는 것이다.

마치 이웃집 큰아이가 주먹을 쳐들고 돌이의 사과를 한입베어 먹는 것과 다된 공사에 깬다는 주먹을 쳐들고 한입 베어먹는 것과는 이치가 거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어른들이 아이들의 몸짓을 배워 따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년 1년은 공사 따기가 힘들었던 해였다고 업계는 회상한다. 그 와중에서도 어느 떡쟁이 회사는 한입 베어먹기로 그런대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순전히 한입 베어먹기 몇건으로 해서 1백억원이상의 공사수주는 실하게 했을 것 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ㅇ다.

작년 못지않게 올해도 공사수주경쟁은 치열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고 보면, 떡쟁이라고 불려지는 회사들의 한입 베어먹기도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 아닌가 자못 걱정된다는 것이 양식있는 업자들의 공통된 고민거리.<1988.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