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일 올해 공공공사 최대 사업인 ‘신고리 5ㆍ6호기 주설비 공사’가 개찰됐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거니와, 이 공사는 추정가격 1조4천49억3천만원에 달하는 초대형에다가, 현대건설이 대표사로 입찰참가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동안 원전시장 대표 진출을 고대하던 여타 건설회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었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또한 고민이 많았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원전 안전에 민감해진 국민감정을 반영해 ‘안전한 원전’을 시공해야 하지만, ‘예산 점감’도 포기할 수 없는 ‘맛있는 떡’일 테니까.

또 비리로 얼룩졌던 한수원의 이미지 때문에 입찰의 공정성도 신경이 쓰인 눈치다.

그 때문에 한수원은 영동의 한 호텔 2개층을 통채로 빌려서 사흘동안 기술제안평가위원들을 각방에 감금하다시피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차단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공사는 삼성물산컨소시엄이 추정가격의 76.19%인 1조1천775억원에 공사를 수주했다.

당초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공사를 제대로 하려면 최하 추정가격의 80%선을 내려갈 수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었다.

실행이 박하기도 하고 안전이 특히 중시되는 원전 공사인데다가 공사금액이 워낙 커서 함부로 가격을 낮췄다가는 리스크 규모를 감당 할 수 없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한수원은 가격덤핑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가중치가 80대 20의 기술제안 입찰로 발주하면서 기술제안 심사 과정에는 26개 평가요소중 21개 요소에 강제차등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계 입찰전문가들은 이번 입찰 결과가 한수원이 계획한 고도로 계산된 저가 유도전략이 먹혀든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 입찰참가 회사들은 모두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회사들이다. 아무리 기술 가중치를 높인다 한들 기술제안 평가에서 대단한 점수차가 날 것을 기대할 수가 없다.

저가투찰을 꼭 막아내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면 각 평가요소에 대한 강제차등 방식으로는 어림도 없고, 총점에 대한 강제차등방식을 사용해야 했다.

한수원은 애써 이번 낙찰률을 ‘추정가격’이 아니라 ‘예정가격’ 대비 산정해서 81.23%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는 당초 설계가보다 무려 5% 가까이 예정가격을 깍아버렸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일단 한수원은 대외적으로 기술위주의 입찰을 집행했다는 명분과 예산절감을 위해 저가낙찰을 유도하고 싶은 속셈까지 모두 채우는데 성공했다.

이제 저가투찰(한수원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한 공사를 얼마나 완벽하게 시공하도록 관리하느냐가 남았다.

그래야 한수원의 전략이 ‘꼼수’가 아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