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차례 본 칼럼을 통해 우리는 ‘영업범위 폐지’추진을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2000년 완성한 ‘새 밀레니엄의 건설산업 생산체계의 개편방안’과 5년마다 마련하고 있는 ‘건설산업진흥계획’, 2009년 발표한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등을 통해 일관되게 ‘영업범위 폐지’가 꼭 달성해야 할 정책적 추진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한 바 있거니와, 50여년간 이어진 칸막이식 업역체계에 안주하면서 경쟁 가속화를 두려워 하는 건설업계의 강력한 반대로 국토부는 번번히 ‘영업범위 폐지’에 실패했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건설생산방식이 발주기관 선택이 아니라, 법령에 의한 업역제한에 따라 결정돼 선진화에 저해된다는 판단에 따라, 지속적으로 영업범위의 예외를 인정하는 정책을 이어왔다.

‘의제 부대공사’확산과 ‘소규모 복합공사’도입,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도입 등을 통해 사실상 영업범위를 허물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피치 못할 선택일지는 모르지만, 원하도급을 골간으로 하는 현 건설업등록체계를 그대로 놔둔채 편법을 확대하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업역 갈등을 확대하고 현행법 체계를 부정하는 모순을 낳는 문제점을 불러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라 할수 있는데, 현행법상 원도급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종합건설업체들은 원도급 수주에서 배제되고, 하도급만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전문건설업체가 여러 전문업종을 가지고 있을 경우 독점적으로 원도급입찰 참여를 보장받는 해괴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원칙이 무너지면 모든 체계가 무너지고 혼란과 갈등이 고조되기 마련이다.

건설생산체계 선진화를 구현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게 핵심 법령을 세우는 것이 순서다.

다행스럽게 건설업계에서도 칸막이식 업역체계의 수명이 다해가는 시장 상황을 인식하고, 지난 2009년까지 ‘영업범위 폐지’에 반대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산체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영업범위 폐지’를 추진하는데 적합한 환경이 이제 무르익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