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법내 ‘무등록 시공 건축물 규모’도 대폭 축소해야
안전, 품질, 하자책임, 탈세문제 심각
*국토부, 건축법시행령·규칙 개정에 붙여*

지난 7월19일 국토교통부는 건축규제 개선내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 및 규칙’개정안을 7월20일부터 시행(일부 규정은 8월4일)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 내용에서는 지난 3~4년간 건축사들을 분열시켰던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건축설계와 건축감리 분리’ 문제가 일단락 지어진 것이 특히 주목된다.

국토부는 소규모 건축물 안전강화를 위해 건설업 면허 없이 건축주가 직접 시공하는 건축물(661㎡이하 다가구주택등, 495㎡이하 일반건축물)이나 공동주택(30세대 미만)은 허가권자가 공사감리자를 지정하도록 했고, 감리비용·감리자 모집 및 지정방법 등의 세부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건축사들은 ‘건축설계한 건축사가 감리도 해야 한다’는 쪽과, ‘건축설계한 건축사와 감리자를 분리해야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팽팽히 대립했었다.

건축설계를 한 건축사가 감리도 해야 한다는 쪽은 “건축설계 의도는 설계한 건축사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설계한 건축사가 감리도 직접 하면서 설계의도를 시공 과정에 녹여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건축설계와 감리를 분리해야 한다는 쪽은 “설계한 건축사가 건축주에게 휘둘려 감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거나, 감리 과정에서 각종 불법사항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감리는 분리돼야한다”며 맞섰다.

이 같이 각각 무시하기 힘든 논리를 내세우며 이어온 무려 4년간의 논란에 대해, 국토부는 ‘국민의 안전’을 명분으로 ‘건설업 면허 없이 건축주가 직접 시공하는 건축물’에 국한해서 건축설계와 건축감리를 분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절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건설업 면허가 없더라도 ‘연면적 661㎡ 미만 주거용 건축물·연면적 495㎡ 미만 주거용 외의 건축물(학교·병원 등 다중이용시설 제외)’은 건축주가 직접 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이 무등록자가 시공할 수 있는 건축물을 편의상 ‘소규모 건축물’이라고 부른다.

국민의 사유재산에 대한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자기가 살집’ 짓는 정도는 건설업자를 부르지 않고 직접 건축 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661㎡이면 약 200평이고 495㎡이면 약 150평이니 ‘소규모’라고하기에는 작지 않은 크기다. 게다가 다중주택과 다가구주택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손수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주는 몇 없다.

이 때문에 소규모 건축물 시장은 소위 ‘건축주 직영’으로 위장돼 ‘무등록 집장사’들이 활개 치는 무법지대로 변한지 오래다.

‘무등록 집장사’들은 건축주에게 “건설업자에게 건축을 맡기면 세금과 공사관리비용이 크게 증가 한다”면서 ‘건축주 직영’을 위장해서 자신들에게 시공을 맡길 것을 권한다. 그리고 대개 건축주들은 건축비 절감 유혹에 넘어간다.

소규모 건축 무등록자 시공의 폐해는 실로 심각하다.

설계대로 시공 되지 않는 경우는 흔하고, 시공 과정에서 건축주에게 당초와 달리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시공비용을 더 달라고 떼쓰기 일쑤다.

이들은 부가세와 소득세도 한 푼 안낸다. 엄청난 탈세시장인 것이다.

더 나쁜 것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피해나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외형상 건축주가 시공자이므로 실제 시공자 처벌이 곤란하고, 건축주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물론 하자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렇게 품질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건축물이 분양까지 되고 있다. 개인의 사유재산 자율권으로만 풀어놓을 수 없는 이유다.

국토부는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 설계자와 분리해서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지정하도록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면서, 건축사들간의 업무범위에 대한 개념 논쟁을 ‘국민 안전과 탈세 방지’를 내세워 절묘하게 정리해내는데 성공했다.

우리도 국토부의 이번 법 개정 취지에 찬성한다.

무등록업자에게 위장 직영되고 있는 소규모 건축시장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건축법 시행령 및 규칙’개정안을 보면서 동시에 갖게 되는 의문은, 과연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별도 지정한다고 해서 무등록업자 위장직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까다.

또한, 정부가 소규모 건축 무등록자 위장직영의 폐해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소하는 방법은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축주가 직접 시공할 수 있는 규모를 축소’하는 것인데, 왜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건축법에서 정한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축물의 건축사 설계대상 범위(연면적 85㎡) 이하로 건설산업기본법의 건축주 시공허용 범위(건설업등록업자가 아니라도 건축할 수 있는 범위)를 축소하면 어떨까.

건축법과 건설산업기본법 사이 무등록 집장사들이 활개 칠 무법지대를 법테두리 안으로 편입시키고, 부실시공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며 탈세를 방지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정책당국에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