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역체계가 분리되어 있는 건설기술용역(건설엔지니어링)을 한번의 등록으로 계획ㆍ조사ㆍ설계ㆍ감리ㆍCMㆍ시설물 검사 및 안전점검 등 모든 업무를 수행 할 수 있는 단일업역체계로 통합하려던 국토해양부의 계획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

작년12월8일 국토해양부가 입법예고한 ‘건설기술진흥법 전부 개정안’에 담겼던 건설기술용역업 신규 도입안이, 당초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의해 신고한 건설부문 엔지니어링사업자를 건설기술용역업에도 등록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식에서, 엔지니어링사업자를 신고한 자만이 건설기술용역업등록자라도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지난달 국무총리실 부처간 의견조정 과정에서 변경됐다.

사실상 건설기술용역업 단일체계 시도가 설계부분 흡수 실패로 무산된 것이다.

이에따라 건설엔지니어링 진흥을 위해 업체들의 등록 및 신고 부담을 줄여주려던 법안 개정 취지가 오히려 이중으로 신고와 등록을 해야 하는 규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올해 법개정 과정에서 지식경제부와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및 한국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의 치열한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건설기술용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건설기술용역 산업지원, 건설기술용역 업역체계의 선진화, 건설기술자 지원 등을 포함한 ‘건설기술진흥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올해 개정작업을 진행했었다.

개정안은 특히 건설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를 집중 육성키 위해 건설기술관리 체계를 건설기술진흥체계로 전환하고, 각 부문으로 신고와 등록체계가 분산되어 있는 업역체계를 단일 등록체계로 일원화 하는 방안을 핵심적으로 추진한바 있다.

현행 신고 및 등록체계는 하나의 엔지니어링업체가 계획ㆍ조사ㆍ설계를 하려면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따른 엔지니어링사업자를 신고해야 하고, 감리는 건설기술관리법에 따른 감리전문회사를 등록해야 하며, CM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사업관리 관련 등록기준을 충족해야 업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서는 건설부문에만 13개 전문분야 별로 각각 사업자신고를 해야 하고 그에따른 기술인력을 상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국토부는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이 15개 부문의 엔지니어링을 횡적으로 총괄하고 있어 건설엔지니어링만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현행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의 사업자관리체계를 건설기술진흥법에 의제처리하는 방식으로 인정하되, 하나의 등록법에 통합해서 모든 건설엔지니어링 참여가 가능토록 하는 법안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건설엔지니어링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우려한 지식경제부와 전체 엔지니어링 부문중 수주규모가 35%에 달하는 건설부문의 이탈을 걱정한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와 한국엔지니어링공제조합의 강력한 반대로 법안개정작업이 올해 내내 지지부진 했었다.

결국 지난달 국토부가 국무총리실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역시 의견 대립이 심해 원활한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법안 자체의 폐기를 막기위해 국토부가 뒤로 물러난 것이다.

조정된 법안에는 건설기술용역업 등록자가 “발주청이 발주하는 기술용역중 건설공사의 계획ㆍ조사ㆍ설계를 수행하고자 하는 자는 엔지니어링진흥법에 따른 엔지니어링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이에따라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공수주를 하려는 건설엔지니어링 사업자들은 양쪽 법에 따라 신고와 등록을 이중으로 해야한다.

한편 수정된 법안에는 한국건설감리공제조합은 설계업무에 대한 보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단서조항도 신설해서 국토부가 지식경제부에 밀려 건설엔지니어링 사업자 등록규정과 함께 과도한 규제를 법에 담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