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제정한‘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가 공공관리자 제도의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한국주택협회(회장 김종인)는 서울시가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공자에겐 합리적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제정(10.13)한‘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에 대하여,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과 협력관계에 있는 시공자의 파트너쉽을 무시한 채, 맹목적인 공사비 축소 등 시공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 재건축?재개발사업을 더욱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사업기간의 2～3년 단축, 조합원 분담금의 최대 1억원 인하” 등 목적으로 도입된 공공관리제가 조합(추진위) 운영비 지원 부족, 공공과 조합(추진위)간 갈등 대립 등으로 오히려 사업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특히 표준계약서의 제정으로 공공관리제의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서울시가 제정한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는 내역입찰에 입각하고 설계변경 및 공사계약금액 조정을 엄격히 관리하여 공사비를 절감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설계비의 경우, 내역입찰을 위한 공사시방서, 물량내역서 등의 용역이 추가되면서 조합의 부담만 가중(10～20%)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표준계약서는 시공자가 단순히 수급인의 역할만 수행하도록 권한을 축소한 반면, 조합의 고유업무와 시공자의 권한 밖 업무를 시공자에게 떠넘기는 등 모순된 기준으로 제정됐다고 주장했다.예를들어 사업경비?이주비 등의 대여는 물론 이의 지급보증까지 시공자가 의무적으로 부담토록 하고 있다면서, 주민이주는 조합의 고유업무임에도 시공자가 이주촉진?지원 업무를 맡도록 하고 있어, 이주?철거 과정상 주민분쟁 조정 등 공공의 몫을 시공자에게 전가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합이 제공하는 물량내역서의 일부 항목 누락ㆍ오류 등이 있어도 추가 공사비를 시공사가 부담토록 하고 있어 민사계약의 기본인 ‘과실책임의 원칙’에 어긋나며 시공사에 의한 계약해지ㆍ해지 사유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돼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또 기성률에 따른 공사비 지급은 현금청산, 조합원 분양계약 미체결 및 일반분양분의 미분양 등으로 기성시점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면 조합에 연체료 등 추가부담이 발생하게 돼 미분양 발생에 따른 공사비 상환지연 위험을 시공사가 분담하는 분양불(분양한 비율만큼 공사비 지급)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공사비 지급방법 개선, 자금관리 방법 개선, 설계변경 관련 책임범위 명확화, 이주ㆍ철거의 업무범위 명확화 등으로 표준계약서가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